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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Aug 02. 2018

중국어 문법이 쉬운 까닭은?

목하 한국어를 열공하시다, 선어말어미 '겠', '었'과 존댓말 '요', 'ㅂ니다'의 조합에 치를 떠시고 계신 중국 여친 왈


"중국어 문법이 가장 쉬운 거 같어. 글자 하나만 붙이면 되잖아. 

현재 下雨
과거 下过雨
미래 要下雨  

ㅇㅈ?"


"ㅇㅈ"


    중국어 문법이 겁나게 쉬운 까닭 가운데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일찍 세계 공용어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춘추시대에 각 제후국들의 외교관들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농담 따먹기 하듯이 의사소통이 가능했을까? 노魯나라와 제齊나라 외교관들라면 몰라도, 진秦나라와 제齊나라의 외교관 끼리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구체적으로 어느 사료인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제나라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제나라 말 사용 여부였다고 한다. 이건 서양 근대에서 언어가 민족을 구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쓰인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경>이 외교관들이 필수 암기 과목이 된 것도 그게 외교적으로 책잡히지 않을 수 있도록 우아한 의사소통이 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사는 계속 주위 이민족들을 자신의 언어권으로 통합시키는 과정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중국어 문법도 그들로 하여금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사족을 달자면 내 지도교수님께서는 선진시대 유학의 발전은 당시 공용어 확립이라는 과정과 큰 관련이 있다고 하신다. 제자백가 가운데 결국 유학이 으뜸이 된 까닭도, 공자가 편집한 <오경>을 당시 공용어 교재로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묵가도 법가도 도가도 다 공자를 인용하듯이 말이다. 흔히 유학이 동아시아를 지배하게 된 것이 전한시대부터 국가 이데올로기로 채택되었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거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크루세이더 킹즈2 게임 해보면 안다. 방금 롬바르디아로 제국 만들고, 아프리카 북부에 봉지를 만들었는데, 그래서 거기 지식인들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코란만큼이나 애지중지하면 읽을까....... 반면에 현재 중공이 아무리 중국에서 만든 영화나 드라마를 밀어줘도, 중국 사람들이 기를 쓰고 헐리우드 영화나 한국 드라마를 보려고 한다. 아마 유학의 전파 역시 이와 비슷한 원리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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