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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Aug 09. 2018

은하수 : 황당무계한 담론에 대한 비유

『장자莊子』 「소요유逍遥游」:현실을 잊고 이상만 좆는 지식인에 대한 비판


중국어를 번역하다보면 몇 천 년 동안 누적된 비유법 활용에 감탄하게 된다.  


예컨대  여사면의 《진한사》,제2장 진대秦代 사적事跡의 마지막 단락은 이렇게 끝난다. 


「이사열전」에 기록된 조고와의 모의, 이세의 조서, 그리고 이사의 상소문은 모두 당시의 실록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조고가 이사를 설득해서 이세 황제를 옹립했다는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 의견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반박될 수도 있겠지만, 옛 책의 의례義例를 깊게 이해한 이들에게는 반드시 밤하늘의 은하수로 향하는 일이라고 여겨질 만큼[以為河漢] 허황되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허황된 주장을 은하수[河漢]에 비유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밤하늘의 은하수만큼 아름다운 존재가 어째서 허황된 주장을 의미한다는 말인가? 검색해보니 이 비유가 『장자莊子』 「소요유逍遥游」에서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견오肩吾가 연숙連叔에게 물으면서 말했다.


‘제가 접여接輿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의 담론은 거대하지만 타당하지는 않고, 논리를 계속 전개할 뿐 재차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놀랬습니다. 그의 말이 은하수로 향하지만 기약 없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큰 걸음으로 뜰을 가로지르는 무례를 범하듯이 오류를 저지르는데[大有徑庭] 세간의 상황과는 유리되어 있습니다.’” 


별은 흔히 진리를 비유하는데 사용된다. 하지만 별들의 나라인 은하수만 바라보다가는 현실을 잊기 십상이다. 그래서 견오는 이를 큰 걸음으로 뜰을 가로지르는 무례를 범하는 것과 같다고 다시 비판하였다. 그런데 견오가 재차 사용한 이 비유는 저격의 칼날을 접여뿐만 아니라 공자에게도 겨누었음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노나라의 계손씨季孫氏가 상중에 보물을 선물로 받자 공자는 뜰을 가로지르는 것이 무례임을 알면서 계손씨의 그 행위가 마치 시체를 뜰에 던져버리는 일과 같다고 간언했기 때문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안사安死」)


흔히 『장자』를 가리켜 현실의 초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막상 이상과 현실의 충돌이 발생하자, 세간의 상황과는 유리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한다. 오히려 고리타분함의 대명사인 공자가 이상을 위해서라면 현실을 도외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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