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되어 6

이게 저택이여? 성이여? 산서상인 왕가네 대저택[王家大院] 방문기

by 화목란 바라기

핑야오 고성에서 건물 규모로만 따지자면 상인의 집들은 그리 크지 않은 편에 속한다. 이는 고대 중국에서 상인이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반영한다. 하지만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고 했고, 산서상인들은 청나라 시기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들 가운데 하나였다. 따라서 산서상인의 일부인 핑야오 상인들이 핑야오 고성에서 문묘나 현아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정도로 작은 저택에 만족했을리 만무했을 것이다. 이에 핑야오 고성 외곽에 건설되었다고 하는 왕가대원王家大院,즉 왕씨 가문 대저택에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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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야오 고성의 아무 유스호스텔에서나 여기로 오는 차를 수배할 수 있다. 한 시간 정도 달리면 저렇게 입구에 왕가네 저택은 환영해요라는 노란 표식이 세워져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저렇게 뒤에 있는 누각과 표식의 촌스런 노란색은 썩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비록 저쪽이 왕가네 저택에 들어가는 입구가 아니지만, 저 표식만 없었더라면 좀 괜찮은 사진을 건졌을텐데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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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왕가네 저택으로 함 가봅시더이. 좁은 언덕길을 십 분 정도 올라가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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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3층 정도 크기의 어마무시한 대문이 떡 하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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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안을 들어가면 웅장한 건물들이 반긴다. 빛 바랜 황토색을 띈 벽과 기둥이 을씨년 스럽지만, 기둥에 화려하게 조각된 문양은 아직도 옛 영화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정면 기둥에 걸린 녹색 글씨로 쓰인 대련은 백 년 전 여기가 어떤 색으로 빛났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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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들 안으로 들어가면 소박한 동굴집을 볼 수 있다. 동굴을 파서 만든 전형적인 산서성 형식의 가옥이다. 산서성 여행을 다니면 절벽에 구멍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다 산서성 전통 가옥의 흔적들이다. 비록 환기 상태가 썩 좋지 않지만,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아무리 엄청난 부를 이룩한 산서상인들이라도 오늘날만큼의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그 동네 기후를 이길 재간은 없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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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방이 비록 수수할 수 밖에 없는 건축 형식이라고 하더라도, 둔황의 막고굴만큼은 아니지만 벽이나마 깔끔하게 꾸밀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산서상인들은 그러기는 커녕 차라리 화려한 침상을 떡하니 가져다 뒀다. 동굴 방과 침상의 크기가 서로 잘 맞지 않는 것이 마치 치수가 남거나, 부족한 기성복을 막 입은 뽐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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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지나다보면 벽돌을 끼워맞춰 만든 화려한 무늬들을 감상할 수 있다. 왼쪽 상단과 저 안 쪽의 벽을 보면 벽돌 사이사이에 무슨 철이 박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벽이 무너지지 않게 지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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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꼬마애들 공부방이다. 우측에는 아이들이 썼을 법한 책상이 있고, 왼쪽에는 부모들이 앉았을 것 같은 의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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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대저택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룩된 마을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세대마다 혹은 한 세대에서도 부귀한 정도가 다르고, 이는 그들이 사는 집의 규모에 반영되어 있다. 위 사진처럼 휘황찬란한 홍등도 걸리고 사람크기만한 부조도 벽에 장식되어 있으며, 대문을 들어서면 뭔가 미로처럼 복잡함을 느끼게 된다면, 그곳은 왕가네 대저택에서도 출세한 축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전통 중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자식을 잘 교육시켜 권력을 쥔 관료로 만드는 것이다. 관리의 힘이 전통시대보다 상당히 약화된 오늘날에도 정경유착은 상인에게 대목을 안겨주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왕가네 역시 공부방 사진이 보여주듯이 자식들을 열심히 공부시켜 미래의 관료로 만드는데 절치부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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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대저택은 사실상 하나의 성이다. 삼성 이건희네나 애플 잡스네, 마소의 빌게이츠네가 초유의 갑부라고 하지만 왕가네 저택만큼의 웅장한 별장은 엄두도 못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직접 가서 보면 왕가네 저택, 특히 오늘날 출구로 쓰이는 저 대문은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사족으로 핑야오 고성의 음식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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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서 지방은 식초로 유명하다. 어느날 어쩌다 남경대 역사학과에서 산서출신의 대학원생과 같이 학생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가게 되었다. 식판에 음식을 담아와 먹기 시작할 때 갑자기 가방 속에서 시커먼 물체를 꺼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식초란다. 산서 지방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먹을 식초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자부심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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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핑야오 고성에서 먹은 그 동네 특제 소고기와 량피涼皮 계열의 음식이다. 핑야오는 소고기로 유명한 동네라고 해서 먹었는데, 밍밍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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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왕가네 대저택을 둘러보고 먹은 면의 일종이다. 뭐 수제비 같은 거에 고기 쏘스를 뿌려 비벼 먹었는데 나름 괜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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