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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Oct 28. 2018

유학의 핵심이 위계성이라고?

http://shindonga.donga.com/3/all/13/1506626/1



조경란 선생은 유교 연구자라고 하기 보다는 소싯적 캉유웨이만 파고 드신 분 같다. 하지만 캉유웨이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청말민초 중국 사상, 특히 유가의 계보 공부는 중국학 분야에서 난이도 1등을 다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청나라의 고증학, 명나라의 양명학, 송나라의 성리학, 그리고 한나라의 훈고학을 몽땅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캉유웨이의 《대동서大同書》의 서론을 펼치면 성리학적 우주론과 심성론의 항연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뿐만아니라, 저 드립들은 당시 학술적 라이벌 관계인 이들을 동시에 겨누고 있다. 따라서 캉유웨이가 언급되면 제자 량치챠오 뿐만 아니라, 그의 맞수였던 장태염 등이 나와야 정상이다.그런데 인터뷰에서 소개한 이분의 저작 가운데 하나인 《중국 근현대 사상의 탐색》 목차를 봤는데, 캉유웨이에서 사회진화론, 그리고 사회주의로 걍 넘어간다. 



하하하.


다른 저작들의 목차에서도 중국 청말민초의 유명한 유학자들을 건드린 흔적이 잘 안 보인다. 따라서 감히 추측건대 중국 근현대 사상을 공부하시려다 아예 현대 쪽으로 방향을 돌리신 것 같다. 즉 전통시대 뿐만 아니라, 명말민초의 유학 이론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인터뷰에서 유학의 핵심은 위계성이라는 대륙 학계의 인식을 그대로 읊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이 인식이 많은 중국사 개설서에서 사실처럼 언급되고 있기는 하며, 이것이 가능하게 된 까닭이 한무제가 동중서의 의견을 받아들여 유교가 국교화 되었다는 사건때문이라고 설명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나라 시대 유학자들은 황제가 무능하고, 비도덕적이면, 다른 훌륭한 이에게 "선양", 즉 황제의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상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훗날 조조의 아들 조비가 황제의 자리를 찬탈한 것 역시 유교 이론에 입각한 것이다. 즉, 설령 유교 이론이 위계성을 긍정한다고는 하나, 그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수틀리면 다 뒤집어 엎는 것도 정당하다고 본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맹자의 "혁명" 사상이다. 그래서 일군의 현대 유가들은 유가와 민주주의에 접합점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인터뷰에서도 언급한 여영시(위잉스)이다. 그런데 이분은 인터뷰에서 유교 자본주의를 긍정했다고 한다. 유교 자본주의는 싱가폴의 개발독재자 리콴유를 대표하는 사상이다. 여영시는 리콴유의 추도사에서 82년부터 86년까지 그가 자신을 초빙해서 유교로 싱가폴의 독재를 지지하는 사상 체계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지만, 결국 피차간에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고 하며, 오히려 리콴유의 정치 방식은 중공의 것을 빌려왔다고 했다. (https://www.rfa.org/mandarin/pinglun/yuyingshi/yys-04082015143948.html ) 


즉, 조경란 선생의 여영시 소개에 약간의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동시에 이분께서 유학 학술사를 심도있게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은연 중에 보여준다. 참고로 현재 여영시 교수는 시진핑의 분서갱유를 저지르고 있으며, 이는 모택동보다 심하다고 울분을 터뜨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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