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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Sep 18. 2019

전한 초기 무위지치無為之治는 정치 방기에 불과했다

여사면의 《진한사》번역 프로젝트


어떤 역사적 사건을 새롭게 보도록 만들어 주는 방법은 근래 유행하는 쎅쉬한 이론들을 섭렵하는 것보다, 진득하게 사료를 파고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래 번역하고 있는 여사면의 <진한사>는 전체 책에서 사료 인용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는 작품으로, 항상 중국사 개설서로 추천된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읽은 이는 드물다. 왜냐하면 만약 아래에 인용할 구절을 읽었다면, 소위 한문제, 한경제 시대의 무위지치를 비판의 눈초리로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중국사 개설서에서는 무위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릴 뿐이다. 심지어 진한시대 전공자들도 그렇다. 왜냐하면 사료를 꼼꼼히 읽고 조망하는 작업을 잘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사면은 이렇게 말한다. 


한나라가 무위無為, 즉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국정 운영 방침으로 나라를 다스린 것이 오래 지속되었다.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국정 운영은 어떤 공을 세우기 위한 것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국정 운영은 단지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인 것이다. 즉, 비록 나쁜 것을 고쳐 훌륭하게 만들 수 없을 지라도 좋은 것이 자신 때문에 악화되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천하 일통의 세상이란 강역을 넓히는 것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그 정치적 업적도 성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하는 이들의 이목이 모든 것을 두루 살피지 못하게 되니, 실무자들의 병폐를 조사해서 나무라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사업을 많이 일으키면, 간사한 관리들과 힘있는 자들이 자신들이 의지하고 있는 자원들을 활용해서 하층민들을 각박하게 착취하게 되니, 차라리 손을 묶은 채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이는 약을 복용하는 것에 비유하자면, 마치 중간 정도의 실력이 있는 의사와 비슷하다. 그러므로 역대로 청정의 정치란, 잠시 사회가 안정되었을 때를 우연히 만날 때 마다 늘 도모하는 하루 동안의 안녕일 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한문제 때의 청년 정치가로 《과진론》이라는 글을 써 유명해진 가의도 비슷한 말을 한다. 


백 명이 옷을 짓지만 한 명도 입힐 수 없는데도 천하 사람들이 추위를 타지 않는 것을 바라는 것이 과연 가능합니까? 한 명만 농사를 짓고 열 명이 먹는데도 천하 사람들도 하여금 굶주리지 않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굶주림과 추위가 백성들의 피부에서 절절히 드러나는데 그들이 간사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바라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나라는 이미 이지러진 상태이니 도적이 일어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 문제 입니다. 하지만 계책을 바치는 이들은 "움직이지 말 것"을 말합니다. 이게 큰 계책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속은 무슨 큰 것에 대해서 아무런 존중이 없습니다. 이에 순서도 사라지고, 윗 사람을 침범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책을 진상하는 이들은 "무위無為"하자고 합니다. 아아 길고 크게 탄식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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