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면의 《진한사》번역 프로젝트
엊그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투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또한 지난 번에는 홍정욱씨의 딸이 마약을 대량 밀반입하다가 잡혔다는 소식도 나왔다. 한국 권세가 3세들의 타락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중국사에서도 조부가 힘들게 권세를 일구어 놓으면 손자 손녀 뻘들이 말썽을 부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보인다. 아마 이것도 역사의 법칙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경제漢景帝의 아들 강도역왕江都易王 유비劉非는 한경제 전원前元 2년 여남왕汝南王이 되었다. 오나라와 초나라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유비는 15세였지만, 재능과 기개가 있어, 글을 올려 직접 오나라를 공격하겠다고 청했다. 한경제는 유비에게 장군의 인수를 주어 오나라를 공격하게 하였다. 오나라가 격파된 뒤, 유비를 강도로 보내 왕으로 삼아 옛 오나라를 다스리게 하였고, 그의 군공 때문에 천자의 깃발을 사여하였다. 유비는 힘과 기개를 좋아하였지만, 따로 별궁을 짓고, 사방을 호걸들을 불렀으며, 사치가 매우 심했다. 그리고 한문제 원삭 원년 강도왕으로 재위한 지 27년이 되던 해에 죽었다.
강도역왕 유비의 아들 유건劉建이 그 뒤를 이어 여남왕이 되었다. 유건은 음란하고 잔학한 일만 벌였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도 죄를 많이 지었다는 것을 인식하였고, 나라 안에 고발하려는 자가 많다는 것도 알아서 불안해했다.
유건이 태자였을 때의 일이다. 한단 사람 양분梁蚡이 딸을 강도역왕에게 바치고 싶어했다. 그런데 유건이 그녀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사로잡은 뒤 밖에 내보내지 않았다. 양분이 세상에 널리 말했다.
“자식이 아버지와 아내를 다툰단 말인가?”
유건은 사람을 시켜 양분을 죽였다.
훗날 강도역왕이 사망했다. 유건은 강도역왕의 장례를 치루기 전까지 시묘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도역왕이 사랑했던 미인 작희淖姬 등 모두 열 명과 간음했다. 한 편, 유건의 여동생 징신徴臣은 개후蓋侯의 며느리가 되었는데, 강도역왕의 장례때문에 돌아왔다. 그리고 유건은 그녀도 겁탈했다.
어느 날 유건은 장대궁章臺宮에 놀러갔다. 그리고 네 명의 여자를 작은 배에 탑승시켰다. 유건은 발로 그 배를 밟아 전복시켰다. 네 명 모두 물에 빠졌고, 두 명은 죽었다. 그 뒤 유건은 다시 뇌피雷波(역주 : 뇌라고 불리는 방죽)에 놀러갔다. 마침 큰 바람이 불었다. 유건은 낭관 두 명으로 하여금 작은 배에 타고 방죽 안으로 들어가게 시켰다. 여기서도 배가 전복되었다. 낭관 두 명은 물에 빠져 가라앉았다가 물 위로 나오기를 반복했다. 유건은 그 광견을 보며 크게 웃더니 모두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유건의 궁녀, 미인, 그리고 팔자八子(역주 : 후궁의 한 직위) 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나체로 북을 치게 하거나, 나무 위에 머무르게 하고, 오래는 30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옷을 입게 하였다. 혹은 머리를 빡빡 밀고 쇠고랑을 목에 채운 뒤 납으로 만든 절굿공이로 절구질을 시켰다. 만약에 규칙대로 절구질을 하지 않으면 채찍질을 하였다. 어떤 때는 늑대를 풀어 물어 죽이게 하였으며, 유건은 이를 보며 크게 웃었다. 어떤 이에게는 밥을 주지 말라고 명령해서 굶겨 죽였다. 이렇게 무고한 사람 서른 다섯 명을 죽였다. 한편 유건은 사람과 짐승이 교접해서 자식을 낳기를 바랬다. 이에 궁인을 강제로 벗기고 사지를 묶은 뒤 숫양과 수캐와 성교하도록 명령했다.
유건이 태자시절에 저지른 음란한 짓으로 탄핵받을까 두려워하던 참에 회남왕과 형산왕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이에 병기를 제작하고, 천하의 지도와 군사용 지도까지 갖추었다. 또한 사람을 시켜 월요왕越繇王과 민후閩侯에게 사람을 보내 왕래시키면서 급할 때 서로 돕기로 약속하였다. 이야말로 기회를 틈타 이익을 주살로 맞춰 잡으려고 한 것이다. 회남왕 사건이 발각되자 그 무리들이 처벌받았고, 유건도 살짝 연루되었다. 이에 유건은 사람을 시켜 많은 돈을 보내,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나중에 가까운 신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비록 왕이지만, 황제가 직접 파견한 조사관들이 매 년 오니, 살아있어도 즐겁고 유쾌한 날이 없구나. 장사가 가만히 앉아서 죽을 쏘냐.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서는 종종 그의 아버지가 내려준 장군의 인수를 차고, 천자의 깃발을 내어 설치하였다. 몇 해가 지나고, 이 일이 알려졌다. 조사 끝에 반란에 사용될 물건들도 확보되었다. 유건은 자살하였고, 그의 제후국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