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04cHqPMD4So
왕페이王菲의 《匆匆那年(허둥지둥했던 그해)》는 중국 노래 가사의 진수를 보여준다. 중국 노래 가사는 고대 시구를 직접적으로 계승했기 때문에, 압운법을 잘 살리는 것이 특징이며,《匆匆那年(허둥지둥했던 그해)》도 이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각 마디 마지막의 노랫말이 연年(nian), 편遍(bian), 연延(yan), 변辩(bian), 언言(yan), 현现(xian), 견茧(juan), 선仙(xian) 등으로 되어 있어, 음악이 없어도 소리 내어 읽기만 하면 운율이 산다. 뿐만 아니라 이 노래 가사는 불같은 사랑의 허망함과, 이로 인해 가슴 속 깊은 곳에 앙금으로 자리잡힌 후회를 다양한 비유를 통해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匆匆那年
허둥지둥했던 그해
我们究竟说了几遍
우리는 도대체 몇 번을 말했던가
再见之后 再拖延
안녕이라 말한 뒤 다시 시간을 끌었지
可惜谁有没有 爱过不是一场
七情上面的雄辩
아깝게도 누구도 온갖 감정의 웅변같은 사랑을 겪어본 적이 있었을까.
보통 중국어에는 한국어처럼 의성어, 의태어가 없다고 오해들을 한다. 그러나 중국어에도 의성어, 의태어가 있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위에 나온 匆匆이라는 단어도 중국어의 의태어로, 아주 바쁜 모습(急急忙忙的样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허둥지둥이라는 의태어로 번역했다. 물론 바빴던 그 해라고 번역해도 의미는 통하지만, 가사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칠정七情이라는 단어를 온갖 감정이라고 번역했다. 칠정은 기쁨, 분노, 비애, 공포, 사랑, 증오, 욕망이라는 일곱 가지로, 사람의 감정은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그래서 칠정위의 웅변이라는 원래 가사는 사랑을 하면서, 기쁨, 분노, 비애 등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압축적으로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중국인들은 칠정이라는 낱말을 듣는 순간 사랑했을 때 겪었던 온갖 복잡한 감정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한국인들에게서 칠정이라는 낱말은 슬슬 사장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칠정이라는 원래 단어를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온갖이라는 관형어로 대체하였다.
匆匆那年我们 一时匆忙撂下
허둥지둥했던 그 해 우린 급히 내려놓았지
难以承受的诺言
받아들이기 힘든 약속을
只有等别人兑现
오직 다른 사람이 이루기만을 기다리는
한국어가 중국어보다 어휘량이나 혹은 비유 능력이 떨어지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태현(兑现)이라는 낱말은 어음이나 수표에 적힌 액수를 현금으로 교환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한국어의 "태환"라는 말과 거의 비슷하다. 사랑의 맹세도 어음이나 수표에 기재된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는 조항과도 같은 약속이다. 그래서 태현을 하겠다고 기다린다는 가사에는, 사랑하겠다고 적은 종이 쪼가리를 진정한 사랑과 교환하고 싶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태현이라는 낱말은 바로 아래 부분의 가사와도 연계되어 씹으면 씹을 수록 여운을 남겨준다.
不怪那吻痕 还没积累成茧
탓하지는 않아 그 키스 자국이 아직 쌓여서 누에고치가 되지 않았음을
拥抱着冬眠 也没能羽化再成仙
품에 안고 동면에 들어갔어도 아직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될 수가 없었어
不怪这一段情没空反复再排练
탓하지는 않아 이 동안의 감정을 다시 리허설할 겨를이 없었음을
是岁月宽容恩赐 反悔的时间
세월이 너그럽게 선물해 준 것은 후회할 시간이었어
목덜이에 진하게 키스를 하면 타원형의 붉은 자국이 생기는데, 이를 누에고치에 비유했다. 왜냐하면 누에고치가 동면을 끝내고 날개를 펴면 나비가 되는 것처럼, 목덜미에 남은 사랑의 자국들이 쌓여서 신선이 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창 사랑이 불타오를 때는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신선은 되지 못하고 후회를 곱씹게 된다.
如果再见不能红着眼
만약에 다시 만나도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있을까.
是否还能红着脸
아니면 아직 얼굴을 붉힌 채
就像那年匆促刻下
永远一起那样美丽的谣言
그 때처럼 급히 영원히 함께 하자던 그런 아름다운 헛소리를 허둥지둥 새길 수 있었을까
이별의 아픔과 사랑의 흥분은 동전의 앞 뒷면과 같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두 감정 모두 "붉힌다"라는 동사 하나로 설명이 가능니까 말이다. 노래 주인공은 얼굴을 붉히면서 사랑을 가슴속에 새겼다. 그런데 "새긴다"는 행위는 무언가에 자국을 영원히 남긴다. 이 역시 위에서 언급된 키스 자국과 연계되는 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눈시울을 붉히며 되돌아보니 사랑을 새기는 행위를 너무나 "허둥지둥" 저질러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如果过去还值得眷恋
만약에 과거가 아직 그리워할 가치가 있다면
别太快冰释前嫌
얼음처럼 굳은 앙금이 너무 빨리 녹지 않았으면
谁甘心就这样 彼此无挂也无牵
누가 이러길 달가워할까. 서로 거치적거리기도 걸릴 것도 없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 주인공은 그 이별로 인한 앙금도 마치 얼음처럼 녹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영원히 사랑하자는 맹세를 가슴 속에 새겼지만, 결국 지금껏 남은 것은 당시의 열정이 아니라 후회로 만들어진 차갑고 딱딱한 얼음 덩어리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철없던 과거의 사랑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고 노래하고 있을지라도,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얼음덩이와도 같은 후회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我们要互相亏欠
우리는 서로 빚을 갚지 않고 있어야 해.
要不然凭何怀缅
그렇지 않다면 무엇으로 서로를 그리워 할 수 있을까.
이제 한 발짝 더 나아가 후회를 할 건덕지가 있어야 비로소 상대방을 추억할 수 있다고 자백을 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위에서 나온 "태현"하다라는 낱말과 연계된다. 우선 빚을 갚다라는 구절이 태현하다라는 낱말의 뜻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凭何”라는 말은 "무엇을 근거로"라는 뜻이 있다. 만약에 사랑했다는 증거가 마치 어음이나 계약서처럼 존재하지 않았다면, 노래의 화자는 사랑했던 상대를 그리워 하지 못했을 것이다.
匆匆那年
허둥지둥했던 그해
我们见过太少世面
우리는 세상물정을 너무 적게 알았어
只爱看同一张脸
그저 얼굴만을 보기를 좋아했을 뿐이야.
那么莫名其妙 那么讨人欢喜
闹起来又太讨厌
그렇게 영문을 알 수 없이 그렇게 서로 환심을 사고, 시끄러워지면서, 정말 싫어하게 되고.
相爱那年活该匆匆
因为我们不懂顽固的诺言
그해의 사랑은 급히 사라져도 싼데,
왜냐하면 우리는 굳은 약속을 이해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只是分手的前言
단지 헤어짐의 머리말이었을 뿐이야.
不怪那天太冷 泪滴水成冰
탓하지는 않아 그 날 추위를, 눈물이 얼어붙을 정도의.
春风也一样没吹进凝固的照片
봄바람도 역시 굳어버린 사진으로 불어 들어오지는 않아
不怪每一个人没能完整爱一遍
모든 이가 완벽한 사랑 한 번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지
是岁月善意落下 残缺的悬念
세월이 호의로 남겨둔 것은 이지러진 근심이었어.
如果再见不能红着眼
만약에 다시 만나도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있을까.
是否还能红着脸
아니면 아직 얼굴을 붉힌 채
就像那年匆促刻下
永远一起那样美丽的谣言
그 때처럼 급히 영원히 함께 하자던 그런 아름다운 헛소리를 새길 수 있을까
如果过去还值得眷恋
만약에 과거가 아직 그리워할 가치가 있다면
别太快冰释前嫌
얼음처럼 굳은 앙금이 너무 빨리 녹지 않았으면
谁甘心就这样 彼此无挂也无牵
누가 이러길 달가워할까. 서로 거치적거리기도 걸릴 것도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