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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Dec 02. 2019

쇼타는 취향 로리는 범죄라는 명언이 등장한 까닭은

페미니즘의 남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요새 우리 집 앞에는 사과 장수 아저씨가 온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가을부터 이곳에 나타나 사과를 판다. 날씨가 꽤 쌀쌀해져서 트럭 안에서 온풍기를 틀고 대기해도 될 것을, 굳이 사람도 별로 지나다니지 않은 길가에 계속 나와서 두리번 거린다. 아마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놓치는 것이 두려운 듯 하다. 하루는 저녁을 먹으면서 울 엄니께서 그 사과장수 아저씨에게 보온병에 커피를 타다주셨다고 한다. 추위에 벌벌 떠는 모습이 안 쓰러우셨다고 한다. 그 후부터 사과장수 아저씨는 울 엄니는 누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아마 거진 꽁짜에 가깝게 우리에게 사과를 파는 모양이다. 덕분에 나만 금싸라기같이 비싼 사과를 매일 두 개씩 먹는다. 


“아유 내가 물어봤었어. 추운데 보온병에 뜨거운 물이라도 담아오지 않고. 마누라는 왜 안 챙겨주냐고. 근데 부인과 딸하고는 떨어져 산대. 아마 경기도 쪽이라지? 글고 양반은 추운 날 사과를 팔면서 번 돈을 모두 부인과 딸의 생활비로 부친다지. 그래서 물어봤어. 왜 같이 살지 않느냐고. 그런데 대답을 잘 안하려고 해. 무슨 사연이 있나봐. 게다가 그 양반 식도암에 걸렸었다는구먼. 실은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참 난 그 사람이 왜 그렇게 고생하는지 모르겠어. 그 아픈 몸을 끌고 자신을 돌봐줄 생각도 하지 않는 식구를 위해 희생하려고 하다니.”


그러나 나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게 그 아저씨가 사람답게 살고 싶어 한 선택이라는 것을. 하지만 박수도 두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사과장수 아저씨와 그 부인 사이의 갈등은 오로지 어느 한 편의 책임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장수 아저씨는 식구가 나를 버려도, 나는 식구를 건사할 책임을 다함으로써,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대장부처럼 살다가 죽을 결심을 했다고 생각한다. 협객이 뭐 별건가. 죽음이 얼마남지 않았어도, 당장 요양에 들어가도 시원치 않을 몸뚱이여도, 찬바람을 쐬면 더욱 병세가 악화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자신의 일을 다하려는 정신을 가진 이는 모두 협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협행도 순수한 양심의 발로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부질없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의 우월함을 증명하고 싶은, 남자 아이라면 한 번 쯤 겪어 봤을 불타오르는 경쟁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동매와 희성이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조선의 독립을 위해 자신들에게 예비된 친일파라는 길에서 벗어난 까닭은 고애신에 대한 사랑보다는, 어쩌면 유진에게서 고애신을 뺏으려는 욕구가 승화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근래 유행하는 페미니즘은, 남성만이 제대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가리켜 그저 가부장제의 속박에 얽매인 바보 천치들의 자위행위라고 보는 듯하다. 굳이 누구누구라고 저격하지 않겠지만, 지금껏 내가 읽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의 평론은 거진 다 이런 식이었다. 하긴 그녀들은 남성이 아니기 때문에 남성의 심리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빡치는 지점은, 그녀들이 남성 위주의 서사를 비판하면서 마치 남성들의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다는 것이다. 툭하면 페미니스트들은 남성들이 가부장제때문에 조신한 여성을 최고로 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얼마 전 개봉한 《터미네이터》의 여주인공들이 이를 타파하는 상징이 되었다고 호들갑을 떤다. 글쎄올시다. 예컨대 요새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남자들 사이에서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김민아 아나운서가 인기가 높다. 그녀가 조신해서? 천만에. 유튜브 채널 《왜냐맨》에서 과격하게 “존시나”를 외치는 모습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 롤갤에 리그 오브 레전드 브라질 리그에서 여성 게이머 마유미가 순수하게 게임 실력만을 가지고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야말로 남초 중 남초인 게이머라는 직업의 벽을 부숴버렸다. 여기에 대해서 여자가 어찌 감히 남자의 자리에 올라오느냐고 지적질을 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쁘기 때문이다.


남자한테 여자는 이쁘면 장땡이다. 


쌈을 잘해도, 욕을 잘해도, 술을 고래처럼 마셔도, 심지어 남자 친구나 남편을 두들겨 패도 이쁘면 다 용서가 된다. 아니 저 단점들이 오히려 매력으로 전환되기 일쑤이다.  


문제는, 작금의 한국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간단한 진실도 모르면서, 남성 창작자들의 작품에 대해서 검열을 하려 든다. 만약에 그들의 검열이 타당하다면, 여성 창작자들과 관객들을 위해 왜곡된 남성상을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다. 저 유명한 《태양의 후예》에서 지적된 것처럼 말이다. 물론 본인은 창작의 1차 목표 가운데 하나는 관객들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성향에 맞춰 여성을 재현하고, 여성향에 맞춰 남성을 구현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전자를 몹쓸 행위로 취급하고, 후자는 용인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쇼타는 취향 로리는 범죄라는 희대의 명언이 등장했다. 


상당수의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이 젠더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 말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록 남성이 젠더 권력을 지금까지 독점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로리가 일부 남성들의 비정상적인 취향을 드러낸다면, 그 대척점에 있는 쇼타도 범죄로 취급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요컨대, 현재 남초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즘의 “페”자만 입에 올려도 사탄과 동급의 취급을 받는 까닭을 대중 문화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많은 수의 한국 페미니스트들이 내로남불은 기본 옵션으로 탑재한데다가, 남성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은 기깔나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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