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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Feb 28. 2020

문재인이 중공과 결탁했다는 소문이 헛소리인 이유

중국 극우는 한국의 극우와 같이 문재인을 싫어하고 박근혜를 추앙한다

근간에 어떤 조선족이 쓴 글이 나돌고 있는 모양이다. 대충 보니 민주당이 중공과 결탁해서 한국을 팔아먹을 것이라는 식의 내용이었다.


참 웃겼다. 왜냐하면 중국 극우들은 한국 극우만큼이나 문재인을 싫어하고 박근혜를 추앙하기 때문이다.


중국 미디어 앱인 <一点资讯>에서 문재인으로 검색하면 한국의 태극기 부대가 썼을 법한 글들이 참 많이 올라온다. 예컨대 문재인은 박근혜에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냈으니, 그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순간에도 끝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둥, 박근혜가 감옥에서 지하의 수족들을 부려 문재인에게 반격할 것이라는 둥의 글들이 올라온다. 다들 알다시피, 중국 언론은 중공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이런 글들 역시 중공의 이익에 반하면 가차없이 삭제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이는 중공에서 문재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 혹자에 따라서는 이를 두고 문재인이 그렇게 친중정책을 펼치는데도 불구하고, 중공에게 밉보이는 걸 보니 호구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은 이런 해석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항상 문재인을 비난하면서 박근혜를 추앙하기 때문이다.


비록 박근혜가 중공의 열병식에 참석했지만, 결국 미국으로부터 사드 배치를 수용해서 중공과의 사이를 뒤틀어지게 만든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공은 중국 미디어 앱 <一点资讯>에 올라오는 박근혜 만세를 외치는 글들을 검열 삭제하지 않을까? 어떤 조선족이 썼다는 원글도 박근혜는 아버지의 가치관을 답습해서 짱개를 이용하되 믿지는 않아서 사드배치를 했다는 식으로 중공과 척지는 태도를 취한다. 그런데 전반적인 뉘앙스는 중국 미디어 앱 <一点资讯>에 올라오는 중국 극우의 박근혜 예찬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결국 중공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감옥에 있는 박근혜가 중공에게 어떤 이익을 줄까?


첫째, 박근혜 빠돌이 태극기 부대의 광화문 집회를 들 수 있다. 중공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집회를 가지고 자신의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로 사용해왔다. 봐라 저기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부는 무능하니까 시민들이 항상 들고 일어나지 않느냐. 특히 저 악명높은 태극기 부대의 집회는 중공에게 있어서는 더할나위 없는 선전 재료일 것이다.


둘째, 박근혜 본인의 무능함을 들 수 있겠다. 중국 극우의 글들을 훑어보면, 미래통합당(구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이 한국의 정권을 잡기를 고대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왜? 미래 통합당 애들은 성조기를 휘날리며 스스로를 골수 친미주의자라고 하는데, 중국의 극우는 굳이 그런 애들이 한국의 정권을 잡기를 원할까?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빼고는 딱히 더 나은 가설이 떠오르지 않는다.


셋째, 그렇다면 반대로 중국 극우들은 늘 문재인을 비난하는가? 한국에서는 문재인이 친중파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데 오히려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문재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중공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비록 문재인 정부가 시행착오도 많이 저지르기는 하지만, 그의 행보나 능력이 중공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근래에 떠도는  문재인과 민주당 정부가 중공과 결탁해서 한국을 팔아먹으려고 한다는 썰을 정말로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 썼다면, 오히려 이는 중국 극우가 문재인 정권을 흔들어 놓으려는 술수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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