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에 올라 세상을 보다
pay it forward의 선순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Pay it forward)>란 영화에서 주인공(영화 <식스센스>의 할리 조엘 오스먼트 분)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동료 학생들에게 ‘Pay if forward’ 운동을 제안한다. 보통 영어로 'pay back'이라고 하면 ‘무엇인가를 (빚진 후에) 되갚는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pay forward'한다는 뜻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받기 전에) 먼저 주는 것’이다. 주인공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타인 세 명에게 선행을 먼저 베풀면 그 선행을 받은 사람들은 또 다른 세 명에게 선행을 베푸는 선순환이 좀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
영화는 한 명의 선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결국 우리 세상은 더 아름다워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 'Pay it forward'가 과연 영화 밖 현실에서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사실 나는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내가 처음 미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예일대에 계시던 한 한국계 미국인 교수님께서 나를 연구 보조원으로 받아주셨기 때문이다. 학회 발표를 위해 서울을 방문하신 교수님께 나는 다짜고짜 한국말로 이메일을 보내서 약속을 잡았고 처음 뵙는 자리에서 교수님께 미국에서 교수님 연구를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말이 도와드린다는 것이지 ‘가르쳐 달라’는 말이 더 정확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연구의 ‘연’자도 모르는 완전 초보자였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교수님은 흔쾌히 받아 주셨고 물심양면으로 이끌어 주셨다. 교수님의 지도 하에 나는 5개월 만에 SCI 논문 두 편을 쓸 수 있었고 이는 레지던트 선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 교수님과의 마지막 근무 날 교수님께서 나에게 건네 주신 따뜻한 말씀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의 그 말씀들을 원동력 삼아 나는 힘들었던 레지던트 1년 차를 견뎌낼 수 있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마찬가지로 예일대에 계시던 한 의과대학 선배님은 나를 참으로 많이도 챙겨주시고 도와주셨다. 레지던트 지원을 위한 실습을 비롯하여 추천서까지, ‘내가 이렇게 도움을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항상 내가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면 선배님은 이렇게 말씀해주시곤 했다.
“나도 너처럼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내 멘토 선생님이 나를 많이 도와주셨어. 그때 그 선생님이 나한테 그러셨거든. '나중에 네가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들한테 돌려주면 된다'라고.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 갚을 생각 말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 많이 도와줘.”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은사님들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출처:UPenn.edu)그 말을 들으며 나는 <Pay it forward>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와 같은 베풂과 멘토링이 나에게 행운처럼 와준 것에 너무도 감사했다. 레지던트 3년 차 때 워싱턴 DC 근처에 위치한 미 국립 정신 보건원(NIMH,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그곳 소속의 한 한국계 미국인 교수님을 만났는데 대화 중에 우연히 그 교수님이 나의 선배님을 도와주신 멘토 교수님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내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더니 교수님께서는 웃으며, “맞아 내가 그렇게 말했어. 나 선생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 많이 도와주도록 해요.” 말씀하셨다. 나는 꼭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앞서 언급한 적 있었던 메이요에서의 은사님들을 포함하여 미국에 온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으로 과분한 멘토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와주신 수많은 동문 선배님들, 의사 선배님들, 한국의 은사님들, 한 분, 한 분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마 결코 이 자리에 내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분들의 어깨에서 나는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고 학문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곧 나올 책의 한 자리를 빌려 나를 이끌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자 한 작성한 꼭지를 부득이하게 실을 수 없게 되어, 이렇게 브런치에나마 올려본다. 그리고 그분들께 받은 사랑을 갚기 위해 이 사랑의 릴레이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