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 작가님 책 리뷰
종종 질문을 받는다.
한국에 돌아오실 생각은 없으세요?
그러면 내 대답은 똑같다. 조금은 쑥스러운 듯 망설이며 '사실, 한국에서 환자분들을 볼 자신이 없다'라고 대답한다. 어쩌다 보니 책까지 내게 되었지만, 나는 기껏해야 7년의 임상 경험이 전부인 정신 건강 전문가이다. 그리고 그 7년을 모두 미국에서 보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는 말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 사는 데는 사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는 30대의 고민은 미국 30대의 고민과 완전히 다르고, 한국에서의 노인의 삶은 미국에서 보내는 노년의 삶과 확연히 구분된다. 심지어 같은 미국 내에서도 뉴욕에 사는 사람과 텍사스에 사는 사람의 인생은 천양지차다. 그래서 만약 내가 한국 환자분들을 만나게 된다면,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 같다. 환자들의 삶을 배우는 것도, 그에 대처하는 내 상담기법도.
이혜진 작가님의 <나를 아프게 한 건 항상 나였다>를 읽으며, 한국 사람들의 고민에 최적화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비교로 인한 외로움,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 선 넘는 사람들로 인한 어려움에 건강하게 대처하는 방법, 번아웃, 그리고 연애... 내가 만약에 한국에서 환자를 본다면, 이 책이 지침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시에, 한국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때 자책을 많이 했던 나 자신, 그리고 친구들이 떠오른다. 나 혼자 힘든 것 같고, 다 내 잘못인 것 같았던 시절.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나 자신을 조금 더 아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건강 전문가 분들의 책, 인터뷰 기사를 보면 신기하게도 우리는 다른 듯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내가 늘 환자분들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만 정확히 파악해도 우리 삶의 많은 문제들이 나아진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도, 또 나를 아껴줄 수 있는 것도 '항상 나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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