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아몬드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도서출판 아몬드>는 저에게 첫 출간 제의를 한 출판사입니다. 저와 계약을 했을 당시 아직 정식으로 출간된 책이 없는 신생 중의 신생 출판사였습니다. 모든 처음은 의미가 있다지만, 대표님의 이메일은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만약에 훗날 책을 내게 된다면 이 분께 다시 연락해봐야겠다..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정중하게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누구나 알만한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제의가 왔습니다. 출간을 하기로 마음을 돌린 후, 고민 끝에 저는 아몬드 출판사와 계약을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편집자이자 대표인 분이 걸어온 길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어요.
정신과 의사는 사람의 서사(narrative)를 알아가는 직업입니다. 진료실 앞에 앉아있는 환자는 우리의 바쁜 일정 탓에, 늘 그 순간의 스냅샷으로, 평면적으로 보이기 쉽지만, 그 사람의 삶의 궤적을 '(알아간다기보다는) 배워가는 것'이 정신과 의사라고 레지던트 때 늘 들어왔습니다. 한 사람의 서사를 배워가고자 하는 자세로 누군가를 바라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보입니다. 마찬가지 렌즈로 아몬드 출판사의 대표님이 지금까지 편집한 책들을 훑어보니 그분이 걸어온 길과 진심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저의 진심과, 편집자님의 진심이 만나 탄생한 것이 바로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입니다. 부족한 점도 많고, 분량도 적고(글씨도 크고요^^;거의 십중팔구 후기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라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소박한, 수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못한 책이지만, 제가 제 결정이 옳았다고 믿는 이유입니다.
도서출판 아몬드에서 제 책 다음으로 낸 책이 바로 <낙인이라는 광기(Another Kind of Madness)>입니다. 아몬드의 첫 번역서인데요. 이 책을 보고 다시 한번 제 눈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중증 양극성 장애를 앓던 아버지를 가진 UCLA의 임상 심리학자인 스티븐 힌쇼 박사의 자전적 고백을 담은 책입니다. 책을 넘기는 내내,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정신과 의사이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중증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의 가족의 삶에 대해서요. 무거운 마음으로, 또 때로는 그의 용기에 희망을 안고 힌쇼 박사와 함께 걸었습니다. 제가 편집자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가 번역서에서도 드러나더라고요. 한 자 한 자, 진심을 담아 편집한 것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제가 첫 출간 제안 이메일에서 느낀 그 진심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사회가 오버랩되었습니다. 사회 전반에 널리 존재하지만, 마치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의 이름처럼 불러서는 안 되는 이름과 같은 중증 정신 질환에 대한, 그리고 그 낙인으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의 이야기. 정신 질환에 대한 낙인과 이를 덮으려는 어른들의 침묵이, 스티븐이라는 어린아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영문도 없이 종종 사라져야만 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아이에게 어떤 트라우마로 남았는지에 대한 세밀한 심리적 묘사를 담은 책이에요. 제 책을 좋게 봐주신 분들, 특히 정신 건강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미 수많은 신문사들이 좋은 책이라고 보도를 해주셨더라구요. 대표님께 부탁드리지 않고 해외에서 구매하고 읽느라 후기가 좀 늦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설사 우리의 뇌리에 새겨진 낙인의 메커니즘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해도, 낙인이 꼭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기가 느끼는 거부감을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의 근본적인 인간성에 방점이 찍힌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인간성을 기르는 일이야말로 낙인과의 싸움에 맞서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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