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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Aug 28. 2017

응가하자 끙끙

정신과 전문의 마음이 삼촌이 골라주는 그림책


[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제 마음이 엄마인 누나에게"


벌써 마음이가 두 돌이 지났네.

그 동안 고생 많았는데, 앞으로 더 고생할 것 같아 안쓰러워.

삼촌으로서 마음이에게 뭘 해줄까 고민하다가, 그림책을 골라주면 괜찮겠다 싶어서.

옆에서 보니깐, 누나도 마음이가 책을 좀 봤으면 하는 것 같더라.

내 기억에는 누나도 별로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자녀에 대한 마음은 또 다른가봐.

뭐, 내가 집에서는 그냥 낡은 트레이닝복 입고 있는 아저씨지만, 밖에서는 정신과 전문의고 그렇잖아.

도와줄게.


사진_응가하자 끙끙 (저자_최민오 / 출판사_보림)


마음이 벌써 장난감 변기 생겼더라? 변기 가지고 노는 거 보니깐 귀엽더라고.

그래서 오늘은 배변 훈련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고 해.

정신과 의사들은 배변 훈련 방식을 보고,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훈육하나 짐작해.

그만큼 부모의 훈육 방식을 잘 보여주거든.

누나가 마음이와 하는 첫 훈육이네. 그래서 더 이것저것 고민일 것 같아.

배변 훈련을 강압적으로 하면, 정서 발달에 좋지 않다는 얘기도 있으니 더 고민이겠지.

그래서 이 그림책으로 마음이랑 같이 놀면, 그런 고민이 좀 줄어들거야.


'응가하자, 끙끙’ 은 이제 배변 훈련을 시작하는, 그리고 한창 훈련 중인 아이와 부모에게 도움이 될 거야.

아이들은 변을 볼 때 배에서 꾸루룩 하고 느껴지는 감각이나, 약간의 통증에 놀라고 무서워 해.

그림책을 보면서 ‘끙끙 끄응끙’ 힘주는 소리를 아이와 함께 내다보면 그런 감각들도 그냥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어.

물론, 마음이가 변비가 있다면, 정말 아파서 변을 보기 싫어할 수도 있어.

그때는 변비를 먼저 해결해줘야 해. 우리도 변비생기면 화장실 가기 싫잖아.

마음이도 그래.


그림책에서 똥을 싼 동물들이 신나서, 각자 똥을 자랑하거든. 이 책의 매력 포인트야.

마음이한테 똥은 자기가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것이거든.

그런데 누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똥이 썩 자랑스럽지 않잖아?

이건 학습된 거야. 다른 사람이 똥에 관한 것을 부끄러워하니깐, 우리도 그렇게 똥을 생각하는 거지.

물론, 마음이도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마음이 입장에서 생각해봐.


'내가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 낸 걸 엄마가 싫어해!

내가 이걸 만드는 건 나쁜 일인가 봐!'


이렇게 오해 할 수도 있어.

그림책에서 동물들이 똥을 자랑하는 걸 누나랑 마음이가 같이 보면, 배변 활동을 수치스럽지 않고 기쁘고 즐거운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돼.

그래서 마음이가 변기에서 변을 보고난 뒤, 물 내리는 모습이나 변을 처리하는 모습은 굳이 보여주지 않는 게 좋아.

마음이가 보기에는, 마음이가 열심히 만든 걸 누나가 망가뜨리는 거니깐.


아, 혹시 오해할까봐 말하는데, 누나는 누나 변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면 안돼.

누난 그럴 나이가 지났잖아.


배변훈련은 단순히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야.

먼저 신경이 쑥쑥 자라나서 방광과 대장을 잘 움직일 수 있어야 하거든.

그 다음 적절한 훈련을 받아야 배변 활동을 잘 조절할 수 있어.

마음이가 처음에는 기고, 다음에는 일어서고, 그 다음에는 걸었잖아.

신경과 근육이 그 순서대로 발달해서 그런거야.


그런 것처럼 처음에는 밤에 대변을 가리고, 다음에는 낮에 대변을 가리고, 낮에 소변을 가리고, 마지막으로 밤에 소변을 가리는 순서로 발달하게 돼.

너무 늦게 발달하면 어쩌나 하고 고민이 되기도 하지?

소변은 5살, 대변은 4살 전에만 가린다면, 크게 걱정은 안해도 돼.

그러니깐 좀 여유를 가지고 훈련해도 되겠지?


앞으로도 종종 괜찮은 그림책이 있으면 소개해 줄게.

마음이에게도, 누나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랄게. 아무튼 힘내.


2017.8.26


마음이 삼촌 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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