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평창 동계 올림픽이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이번 경기를 통해 많은 스타가 탄생하고 주목을 받았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스타는 대한민국 여자 컬링팀인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주목받았을까요?
A. 우선 컬링은 경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잘 하다 보니까 응원을 하면서 보게 되죠. 응원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운동선수와 같은 마음이 됩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처럼 응원하는 나도 이기기를 바라게 되는 거니까요. 일시적으로 공감이 일어납니다. 내가 상대와 같은 마음을 갖게 되는 상황을 공감이라고 하니까요. 공감을 많이 하면서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느낌을 갖습니다. 그래서 응원하다 보면 상대를 좋아하고 친근감을 갖게 됩니다.
Q, 그러고 보니 응원을 결국 선수들과 공감하게 되는 거네요. 그런데 경기에 임하는 대한민국 선수들을 국민들이 같은 마음으로 응원했는데, 유독 컬링팀에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가게 되었을까요?
공감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A. 잠깐 동안 하나 된 기분을 느끼는 것.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동일한 목표를 가지면서 느끼는 그런 상태의 공감이 있고요.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알게 되면서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내가 마치 상대가 된 것처럼 느끼게 되는 공감이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같은 목표를 보는 공감을 일시적이고 얕은 형태의 공감이라고 한다면 뒤의 형태는 더 깊고 진한 형태의 공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팀은 그들의 성공 뒤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더 깊은 형태의 공감을 국민들이 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Q. 얼마나 어려웠고 얼마나 절박하게 성공하고 싶은가. 이런 마음이 더 절절히 느껴지니까 더 깊게 공감하고, 더 친근감이 느껴지고 애정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군요.
A. 네, 거기에다 여자 컬링팀은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해서 그 아는 것들이 이해되고 더 가까워지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해하기 힘든 범죄 등을 저지른 사람의 경우 그들의 범죄 행각이 밝혀질수록 더 혐오감이 느껴지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죠. 반대로 알면 알수록 더 마음이 가고 더 이해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Q. 컬링팀은 우리가 알수록 더 마음에 들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는 거네요.
A. 맞습니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욕구, 감정을 갖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죠. 컬링팀의 이야기에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고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건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용되는 건데요.
Q. 조금 알 것 같아요.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그런 주인공에 우리가 더 공감하는 것 같네요.
맞아요. 인간은 나약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긴 시간을 보내야 성장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양육기간기 길고 그 기간 동안 절대적으로 의존적인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기 때문에 불안과 무기력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런 불안을 없애기 위해 인간은 환상을 이용합니다. 특히 고통 속에 있을 때 이런 환상을 고통을 이겨내는 진통제 같은 역할을 하죠.
Freud는 환자들을 분석하면서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환상이 있고 이 환상을 통해 고통을 이겨낸다는 것을 규명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불안정하지 않은 시기를 보내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환상을 갖고 있죠. 대표적인 환상이 "내 안에는 나도 모르는 특별한 능력이 감춰져 있어.", "난 원래 이곳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야." 이런 종류입니다.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들을 때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군요.
대부분의 재미있는 영웅 이야기는 대개 지질한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는 능력을 발휘하면서 성공하는 이야기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매력이나 능력을 발휘하는 이야기들이 진부하고 상투적이라고 하면서도 계속 형태를 바꿔가면서 만들어지고 흥행에 성공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그런 이야기들을 마음속에 품었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컬링팀은 우리 안에 있는 희망
"지금은 내가 비록 별 볼일이 없지만 언젠가는 나에게도 빛나는 시기가 올 거야."
라는 우리 안의 희망의 실제 판이죠.
컬링팀이 실제로 성공한 것처럼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더 열광하고 더 깊게 공감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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