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꿈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직접 이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재미있고, 흥미롭고, 신비로운 내용의 꿈은 오래 지나도 다시 꾸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악몽은 그렇지 않지요.
일반적으로 악몽은 감정과 관련된 스트레스(distress)와 관련되어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악몽은 잠에서(보통 렘수면) 깨면서 꿈 내용(기억)이 동반되는 것으로 대부분 감정이 수반되는데, 공포, 화, 역겨움과 같은 부정적인 것 많습니다(Zadra 외, 1993). 성인보다는 아동, 청소년에서 많고, 학령기 이전에는 오히려 적습니다(Agargun MY, 2004). 성인에서는 여자가 더 많다고 합니다(Nielson TA, 2006).
아직까지 악몽의 명확한 작동 모델이나 구조 등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고 조절하는 꿈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악몽에 대한 몇 가지 이론을 소개합니다.
프로이트는 꿈의 기능을 무의식적 불안으로부터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라 했는데 악몽은 이 기능이 실패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악몽을 불안(무의식)과 트라우마를 통제하는 것(mastery), 그리고 수치심 등이 공포로 변형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후 정신분석에서는 악몽을 기본적인 감정 처리, 특히 소원성취와 같은 꿈의 핵심기능이 실패했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 경계 침투성(boundary permeability) : 성격 특징상 인지, 감정 부분의 경계가 취약해서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으면 이것이 꿈으로 침투하여 나타난다는 이론입니다(Hartmann E.). 건강한 성인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고 발달하고 있는 아이들의 악몽을 설명하는데 적합합니다.
B. 이미지 맥락화(Image contextualization) : 하트만은 자신의 이론을 추가, 수정하였습니다.
처리해야 하는 감정과 걱정이 현실에서 감당되지 않아 악몽을 통해 새로운 감정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신체 폭력을 당했을 때 꿈에서는 폭풍에 휘말리는 것과 같은 악몽이 이에 해당합니다(감정은 그대로이지만 이미지는 다르게 변형).
C. 위협의 시뮬레이션 : 걱정, 트라우마로 인한 감정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역할로서, 꿈에서 비슷한 감정을 미리 경험해 비슷한 상황에 처할 때 잘 적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일종의 리허설의 개념입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의 이론(Revonsuo A. 2000).
A. 렘수면 탈신체화(desomatization) :
렘수면 중에는 심박동, 호흡수, 눈 움직임 등과 같은 생리 신호가 큰 변화를 보입니다. 그런데 악몽 중에는 이 변화가 적게 나타나는 것이 보고되었습니다. 즉, 무서운 꿈의 이미지는 꿈을 인식은 하지만 신체에 나타나는 불안, 공포와 관련된 반응을 완화하고 조절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렘수면이 트라우마 기억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막는다고 보고 있으며 EMDR의 효과가 그 대표적 예(Nielson A, Zadra A 2005)입니다.
B. 기분 조절 : 본래 꿈을 꾸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효과는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은 점진적인 단계를 거치며 이루어집니다(progressive-sequential patten). 그런데 과도한 감정적 충격은 이 기능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고, 그것이 악몽으로 나타나는 것이 생리적 지표로 측정, 확인되었습니다(kramoer M 1993).
비교적 최근에는 기존의 이론을 총망라한 AND model(affect network dysfunction model (Tore Nielson 2007)도 제시되었습니다. 기억, 특히 공포 반응과 관련되어 있는 기억의 형성과 소실에 꿈이 작용하고 있는데, 이 기능의 손상이 악몽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이 역시 기억, 공포, 불안, 트라우마와 관련된 뇌 영역에 대한 뇌영상학적/기능적 실험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악몽은 좋지 않은 기억과 감정이 쉽게 잊히지 않는, 불쾌한 느낌이 드는 꿈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 자체의 해석보다는 실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해결되지 못한 감정 문제, 상처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의미하므로 한 번쯤 내 생활을 돌아보고,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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