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잉 상태에서 지었던 시
수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로 위에 북어가 있지 뭐야.
그래. 명태 말린 북어.
그물에 낚인 것도 억울한데
그 모진 해풍까지 견뎌냈는데
바싹 말려져 서울 도로나 굴러다니니 얼마나 원통하겠어
눈물마저 바싹 마른 듯한 북어 눈을 보니 어이없게 짠하더라니까.
그래도 명태별이 있다면 거기서 영웅담은 풀 수 있겠다고 생각해 버렸어.
북어의 조직을 플라스틱이나 스폰지처럼 치환해버렸어.
애가 너무 바싹 말라 건조하니 상상이 어렵지도 않더라.
다음날도 수영장에 갔어.
어제 그 북어는 안 보이더라.
머리통이라도 굴러다니나 도로 위를 한참 찾아봤잖아.
그러다 몇 초의 명복을 빌었어.
타이어와 아스팔트에 짓이겨 고운 가루가 되어,
바람을 타고 안양천이나 한강에 내려앉아
강물을 타고 인천 앞바다를 시작으로 어쩌면 다른 물고기의 살이 되어
원한다면 홍콩과 샌프란시스코, 리우데자네이루도 거쳐
혹여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까지 오게 된다면,
이번엔 잡히지 말고 자연사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