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웃었고, 대화했고, 분명히 즐거운 자리였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게 더 외로웠다.
처음엔 내가 예민한 건가 싶었다.
사람을 만나고 왔는데 왜 더 허전한 걸까.
나는 한동안 이 감각의 정체를 몰랐다.
더 많이 만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고, 더 바쁘게 지내면 이 느낌이 사라질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이상하게 그 허전함은 더 선명해졌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표면적 연결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깊이 없는 만남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고립감이 깊어지는 현상이다.
불편한 진실은 이것이다.
외로움은 사람의 수와 관계없다.
하루에 열 명을 만나도 외로울 수 있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
외로움은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감각에서 온다.
오늘 내가 어땠는지, 요즘 뭐가 힘든지, 사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한 번도 꺼내지 못한 채 웃고 헤어진 날.
뇌는 그 시간을 연결로 기록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이 만났는데도 더 외로운 날이 생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그 사람 앞에서 얼마나 솔직했는지를 더 신경 쓰기 시작했다.
오늘 힘들었다는 말 한마디, 사실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는 말 한마디.
그 말이 오가는 자리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 날은, 집에 돌아오는 길이 달랐다.
외로움을 채우는 것은 더 많은 약속이 아니다.
더 솔직한 순간 하나다.
지금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닐 수 있다.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일 가능성이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