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적 관계에서도 허니문 기간이 있다는게 믿어질지 모르겠다. 처음 공부를 할때 밀월 단계가 대체 뭐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therapeutic honeymoon에 대한 번역이었던 것 같다.어떤 내담자들은 심리치료의 초기 단계에서모든 것이 호전되는 것처럼 보인다. 변화를 결심하고 비용을 지불하며 노력하기로한 열정 뿐만 아니라 치료에 대한 기대, 치료자라는 권위자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들이 이런 초기 치료에서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새로운 통찰을 얻고, 직장이나 학교에서 잘 적응하거나, 관계에서의 부대낌이 줄어들어보인다. 마치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 이전에 힘들었던 상황도 의연하게 다룰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심리치료를 찾게된 배경에는 이러한 초기의 이상적인 조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어려움 때문이 아닐 것이다. 관계를 지속하며 겪는 갈등, 더이상 유용하지 않은 대처방식, 반복되는 문제를 알면서도 낯선 행동을 시도할 용기가 없음과 같이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좌절하게 된다. 그러므로 심리치료에서 초기의 강렬한 노력과 변화를 전적으로 믿기보다는 내담자의 주호소문제와 관련된 기제에 대해 이해하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치료자라면 초기의 변화가 반갑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유혹이 든다. 모든 관계에서도 초기의 새로움, 기대가 사라지면 권태기가 오듯이, 심리치료에서도 허니문 기간은 끝나기 마련이다. 무기력감이 문제였던 내담자는 치료에 자주 지각을 하고 갑자기 일정을 연기할 수 있고, 기분 조절이 문제였다면 치료에서나 치료 밖의 대인관계에서 벌컥 화를 자주 낼 수도 있다. 이렇게 다시 원래의 문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는 순간이 찾아오면치료자는 고민에 빠진다. 혹시 그동안의 개입이 모두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을까, 내담자는 과연 매주 치료를 통해 무얼안고 돌아갔을까 하는 질문도 한다.
치료자가 허니문 기간의 존재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뿐만 아니라 치료자는 내담자의 주 호소문제를 다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면, 표면적인 상황에 좌절해서는 안 된다. 심리치료 초기에 희망과 기대에 찬 내담자가 스트레스를 충분히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한편으로는 내담자의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심리치료란내담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해해나가는 과정이므로이제 다시 내담자의 주호소 문제로 돌아갈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