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와 최신 연구 읽기 - 3
영화 <미나리>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삶과 정서를 담담한듯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더 나은 삶, 경제적 성공을 위해 떠난 자식을 위해 순자(윤여정 역)도 미국에 도착합니다. 순자는 이쯤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딸의 곁에서 함께하고, 손주를 돌봐주고 수술비를 지원해 줍니다.
영화에서 순자는 여러 방식으로 딸 내외를 돕는데, 현실 속의 이민 가족에게는 어떤 방식의 지지가 중요했을까요? 오늘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18년 11월 Journal of Child and Family Studies에 실린 논문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자고 나란 부부가 미국으로 이주한 경우를 '1세대' 이민자라고 칭하는데요. 이 논문은 이민 1세대 어머니들이 경험하는 지지support 유형이 이후의 심리적 건강을 얼마나 예측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연구에 포함된 지지 방식에는 감정적 지지와 도구적 지지가 있는데요. 먼저 감정적 지지는 심리적으로 괴로울 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주변 사람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느끼게 해주는지와 관련되고, 도구적인 지지는 언어 통번역, 금전, 자녀돌봄 등을 제공하는 네트워크가 있는지와 관련됩니다.
연구 결과, 감정적 지지는 6개월 후의 심리적 건강을 예측하지 못했고 도구적 지지는 6개월 후의 심리적 건강을 유의미하게 예측하였습니다. 즉 경제적 안전, 자녀 돌봄과 같은 현실적인 도움이 심리적 안정에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연구진들은 도구적 지지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경제적 성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심리적 건강에 중요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가 미국으로 따라와 손주를 돌봐주고 수술비를 지원하는 전개 역시, 삶을 꾸려가고 심리적 안정을 이루는데 도구적 지지가 필요한 현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응원하고 돕는 일은 우리를 함께 살아가게 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필요도 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경제적 자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민 1세대에게 도구적 지지가 중요했던 것처럼 말이죠. 싸아더 여러분들은 힘들었을 때 어떤 지지 방식이 필요했나요? 그때 내가 받았던 지지 방식과 다른 지지를 받았더라면 어땠을까요?
- Seo, Y. J., Cheah, C. S., Özdemir, S. B., Hart, C. H., Leung, C. Y., & Sun, S. (2018). The mediating role of korean immigrant mothers’ psychological well-being in the associations between social support and authoritarian parenting style. Journal of Child and Family Studies, 27(3), 979-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