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팥크림빵 Jun 22. 2022

[범진단적 심리치료] 함께 읽기

함께 읽는 즐거움

Photo by Jan Kopřiva on Unsplash


  그동안 새로운 심리치료 원서를 매일 5페이지씩 읽었습니다. 이번에 7주 동안 함께 읽은 책은 바로 2017년에 개정출판된 Unified Protocol for Transdiagnostic Treatment of Emotional Disorders: Therapist Guide (Treatments That Work) 2nd Edition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서장애의 단일화된 범진단적 치료 프로토콜 치료자용 가이드>로 1판이 번역되어 있어요.


  10년 전부터 새로운 심리치료흐름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바로 범진단적 치료입니다. 정신병리와 치료연구를 종합해보니,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흔히 함께 겪게 된다는 점에서 두 범주적 진단이 과연 유용한가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연구자들은 기저에는 공통적인 병리요인이 있고 이에 대한 개입을 통해 증상 전반을 다룰 수 있다고 보기 시작합니다. 기존의 인지행동치료가 개별 장애에 대해 초점화된 개입을 개발하였다면 이제는 통합적인 개입으로 옮겨간 것이죠. 인지행동치료가 우울장애, 불안장애마다 변형되어 숙달해야하는 것에 비해, 정서장애를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효율적인 개입이 가능합니다.


   범진단적 심리치료에서는 우울과 불안을 지속되고 악화되게 하는 기제를 감정을 빈번하고 강하게 경험하면서도 이를 회피하는 경향에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들의 감정의 요소들을 확인하고 이를 비판단적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행동을 시도해보도록 정교화된 개입을 제공합니다. 그동안 제 3세대 인지행동치료가 '마음챙김 mindfulness'을 받아들이면서 여기에 방점을 두었다면, 범진단적 심리치료는 다시 '인지행동치료'에 방점을 두고 마음챙김의 비판단적인 태도를 훈련하게 됩니다. 이제 함께 읽기 시작해볼까요.


1주차. pp. 3-30.

  DSM으로 대표되는 범주적 정신장애 진단체계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을 넘어서, 2010년대부터 HiTOP이나 RDoC과 같은 차원적 모델이 직접적으로 제안되고 발전되었어요. 진단체계라는 것은 결국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일텐데 그렇다면 범진단적인 ‘치료’에 대해서 궁금증이 커졌었는데요. 이번주에는 UP는 어떤 치료적 초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제가 이해하기로는 정서장애에서 공통적으로 부정정서를 빈번하고 강렬하게 경험하는 신경증 성향을 나타내고, 정서 경험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부정 정서에 대한 역기능적인 반응으로 이어지는 순환 때문에 어려움이 지속 및 유지되는 것으로 개념화하였어요. 그런 점에서 UP는 인지행동치료의 패러다임을 전제로 하지만 ‘정서초점적 치료’라고 기술하는 것이 명쾌하게 느껴졌어요.


  UP(범진단적 심리치료)를 구성하는 치료모듈을 살펴보면 크게 알아차림 및 유연성, 인지적 재평가, 정서대처방략에 대한 경험적 재학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각 3세대, 2세대, 1세대 CBT를 아우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 점에서 ‘인지행동치료에 기반한’ 정서초점적 치료라는 점도 이해가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신체감각노출과 같은 행동적 개입이 내담자에게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신체감각과 생각-행동 간의 상호영향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는데요, 한편으로는 공황장애 군이 아닌 집단에서는(범진단적인 접근과는 어긋나지만) 어떻게 치료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실제로 내담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2주차. pp. 31-56.


  이번 주는 4-5장, UP의 구조와 절차 그리고 첫 회기에 대해서 읽었는데요. 기본적으로 CBT의 틀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치료자는 CBT의 전문가로서 내담자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전문가로서, 치료란 두 전문가의 협업으로 보고 있어요.  내담자의 경험보다 심리교육에 치우는 주객전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작업은 내담자를 위한 협업이고 내담자가 스스로에 대한 전문가라는 걸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첫 회기에는 빈번하고 강렬하고 지속되는 정서를 경험하는 ‘정서장애’에 대한 정의와 개념을 소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심리교육과 함께 사례개념화를 위한 기능평가가 병행되는데요, 먼저 내담자의 정서와 연합된 상황을 구체화하고(정서), 감정에 대한 부정적 반응과 신념을 확인하고(인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서 회피나 약화 노력(행동)까지 파악하게 됩니다. 인지행동치료에 비해서 3가지 요인들을 유기적으로 교육하고 평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고 느껴졌고 실제 내담자 반응은 어떨지 적용해 보고 싶네요.


  읽다 보니 여러 증상이 공병하는 불안장애 군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우울군에 대해서는 다른 점이 있을지가 궁금해집니다.


3주차. pp. 57-75.


  이번 주는 첫번째 모듈인 목표설정과 동기 그리고 두번째 모듈인 정서에 대해 다뤘어요.


  첫번째 모듈에서는 동기 부분이 궁금했는데요. motivational interviewing 기법을 차용해서 변화의 장점과 단점, 현재 상태로 있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탐색하게 됩니다. 내담자들은 흔히 변화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과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것을 미리 다루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동기의 저하 국면에서 치료 순응도가 낮아지게 되어서 특히 중요합니다. 양가적인 태도를 미리 구체적으로 다루고 동기는 변화해나간다는 사실을 미리 주지하게 되면, 더딘 진전, 일시적인 후퇴, 환경적 외부적 요인 등에서 발생하는 동기저하에도 치료를 계속해나갈 수 있게 된다고 보았어요. 동기를 다뤄야 할 필요성과 예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필요할 때 빠르게 리뷰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두번째 모듈은 정서를 다루는 심리교육과 개입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있는데요, 정서의 기능적인 면과 함께 어떻게 arc 요인들이 연쇄적인 영향을 미쳐서 악순환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원치 않는 감정과 행동의 단기적 단기적 영향을 구분해서 설명하고 전달하는 예시들이 제시되고 있어요. Therapist note를 읽으면서 벌써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 패턴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 그리고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기억해두려고 합니다.


4주차. pp. 76-96.


  이번 주는 3번째 모듈인 '감정 알아차림' 훈련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에 대해 ‘이렇게 느끼면 미성숙한 거야, 아무도 이렇게 느끼지 않을 거야’, 혹은 ‘이건 불편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야’라고 평가적이고 판단적으로 반응하곤 합니다. 그런데 판단하고 평가하는 노력은 감정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버리고 억제하거나 바꾸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비판단적으로 알아차리고 수용할 필요가 있어요. 감정에 대한 수용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쾌한 감정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챙김이란 비판단적인 태도와 함께 현재에 존재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감정적 행동은 대개 과거 기억이나 미래 결과에 대한 예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러면서 현재 벌어지는 맥락을 놓치게 합니다. 감정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정 경험을 과거나 미래와 견주어보는 노력은 감정을 더 강력하게 만듭니다. 과거 경험을 무시하라거나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나 미래에만 몰두해서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현실의 맥락을 잊지 말자는 거죠.


 정서 경험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마음챙김은 익숙했는데, 1단계 훈련에서 공간 속 나 자신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차 호흡과 생각 순으로 확장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순의 개입이 새로웠고 처음 접하는 이들도 따라가기 쉬워 보여요. 음악이나 영상물을 활용해서 약간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2단계 훈련도 마음챙김 근육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번 모듈의 훈련 기록에서도 인지행동치료 CBT의 ABC가 아니라 UP의 변형된 ARC 모델에 따라 Response에 해당하는 생각, 신체감각, 행동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어요. 전체 모듈에서 반복적으로 ARC를 훈련해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주차. pp. 97-126.


  이전 모듈에서는 정서 경험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주 4-5번째 모듈은 정서경험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시작합니다. UP에서는 정서경험을 3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데, 이 중에서 먼저 생각(인지적 유연성)와 행동(정서적 행동에 도전하기)을 다루고 있어요.


  인지적 유연성 모듈에서는 생각의 실수 패턴을 ‘바꾸고 없애야 하는 문제적인 무엇’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단지 그걸 알아차리고 그게 정말 사실인지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면 됩니다. 생각의 실수가 전부인 것처럼 몰두되어서 강력한 감정에 빠지기보다는, 그 생각은 그대로 두되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기반해서 대안적인 생각도 함께 떠올리자는 거죠.


  정서적 행동에 도전하기 모듈에서는 정서적 행동이 단기적으로 불쾌함을 줄여주기 때문에 강력하게 학습이 되고 계속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다는 행동 원리를 강조하고 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어떤 행동을 ‘안 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 행동을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은 훨씬 쉽고 도움이 된다는 점이 기억이 남아요. 정서적 행동 유형 5가지를 각각 찾아보고 대안 행동을 실행할 계획을 세우는 작업이 실용적이고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6주차. pp. 127-150.


  UP에서는 감정, 생각만큼이나 내적 감각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6번째 모듈은 신체감각을 이해하고 도전하기입니다. 신체 감각이 일어나는 ‘맥락’이 감각에 대한 해석과 수용 정도에 영향을 주고, 그 과정을 통해 감정 경험이 더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에는 회피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습니다.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신체 감각이 흔하지만 우울에서는 노출 훈련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궁금한데요, 우울과 동반되는 연마비가 지금 경험하는 우울을 조절하지 못할 거라고 믿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는 납득이 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우울 군에서 UP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신체감각’을 증상으로 경험하는지 미리 확인해둘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7주차. pp151-177. (끝)


  마지막 7-8번째 모듈은 노출훈련과 재발방지를 다루고 있어요. 노출훈련 부분에서는 기존의 행동치료보다 UP의 치료원리에 따라 설명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훈련 상황에서 1) 정서 반응(사고, 신체감각, 행동욕구)를 비판단적으로 알아차려서 거리두어 회피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2) 불편한 정서를 견디면서 대안행동을 연습하며 재학습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노출 훈련이란 단지 계획된 노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 다음 훈련을 위해 정서적 회피 패턴이나 방해 요인을 구체화하고 2) 훈련에 대한 긍정적 강화를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된다는 걸 기억해야 겠어요.


  재발방지 부분에서는 부족한 진전이 있었다면 실패나 좌절 경험으로 남지 않도록 부족한 진전의 이유를 탐색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UP에서는 계속되는 과정 혹은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서 희망을 불어넣도록 강조하고 있어요. 


  집단치료의 경우에 진단적으로 더 넓은 범위의 환자군을 한번에 다룰 수 있다는 점, 증상 자체보다는 그 과정의 정서경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다른 내담자들이 쉽게 공감하고 모델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요. 축약된 매뉴얼이다보니 구체적인 진행이 생략되어 있어서 아쉬웠어요. 집단치료와 우울 군에 대한 개입에 대해서는 다른 책이나 논문을 찾아봐야겠습니다.





Part I Background for Therapists

Chapter 1 Introduction to the Unified Protocol 3

Chapter 2 Basic Principles Underlying Treatment and Outline of the Treatment Procedures 9

Chapter 3 Additional Information for Therapists 21

Chapter 4 Overview of General Treatment Format and Procedures 31


Part II Providing the Treatment

Chapter 5 Session 1: Functional Assessment and Introduction to Treatment 37

Chapter 6 Module 1: Setting Goals and Maintaining Motivation 53

Chapter 7 Module 2: Understanding Emotions 63

Chapter 8 Module 3: Mindful Emotion Awareness 81

Chapter 9 Module 4: Cognitive Flexibility 97

Chapter 10 Module 5: Countering Emotional Behaviors 113

Chapter 11 Module 6: Understanding and Confronting Physical Sensations 131

Chapter 12 Module 7: Emotion Exposures 143

Chapter 13 Medications for Anxiety, Depression, and Related Emotional Disorders 157

Chapter 14 Module 8: Recognizing Accomplishments and Looking to the Future 163

Chapter 15 Using the UP in a Group Format 17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