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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Jun 27. 2022

[대상관계 심리치료] 함께 읽기 -6

함께 읽는 즐거움

Photo by Alfons Morales on Unsplash


  오늘은 오랜만에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를 다시 펼쳤습니다. 11장, 불안과 편집-분열자리를 함께 읽어봅니다.


● 감정에 휩쓸리거나 압도당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자신의 감정상태를 최대한 상세하게 기술하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감정이 신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묘사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를 가장 쉽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나서 어떤 상황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말해보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정 자체가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좀 더 추상적인 용어로 기술할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을 연습하고 발달시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아마 치료자들이 그 유명한 치료 질문, "그게 어떻게 느껴집니까"를 한다고 알려지게 됐을 겁니다.


  스스로 '파국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시야가 좁아지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물밑듯이 오갑니다. 감정과 생각의 홍수 속에서 통제할 수 없이 불안해지면, 우리는 곧잘 나/타인/세상이 계속 변화하는 무엇이고 나름의 장단점이 있는 무엇으로 느끼기보다 좋고/나쁨의 이분법으로 느끼기 쉽습니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어, 그 자식은 날 도와주지 않을거야, 세상은 나에게 가혹하기만 해, 처럼요. 이 상태가 자주 반복되고 강렬하다면 편집-분열자리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번 장은 통제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을 어떻게 견딜만한 것으로 느끼는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흔히 상담에서 '감정에 머무른다'는 것은 감정을 덮어두거나 감정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용기내서 관찰하는데 있습니다. 감정은 고정되거나 불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감정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기 시작하면 통제 가능한 무엇이 됩니다.  뇌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좌뇌 전두엽(사고)가 활성화되면서 편도체(감정)의 즉각적인 반응을 누그러뜨려줍니다.


  감정이 어떤 모양이고 어떤 느낌인지 살펴보기가 어색하다면 ''에서 느껴지는 변화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심장이 터질듯한 건지, 머리의 앞통수가 지끈 아프고 떨린다든지. 신체 감각에 집중하면서 감정이 어떤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상태' 벗어날  있거든요. 그러고 나면 지금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특히 어떤 생각이 나를 괴롭게 하는지 이야기해봅니다. 아마도 대개 좁아진 시야 속에서 파국적인 해석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감정을 신체감각과 생각으로 명료화하는 과정이 우리를 감정으로부터 조금 떨어질  있게 합니다. 그러고 나면  감정이 내게 어떤 식으로 경험되는지를 내담자만의 언어로 말해보도록 합니다. ‘끔찍해요, 불안해요'처럼 밋밋하고 보통명사로 시작해서, 빨갛고 뜨거운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느낌이에요'처럼 지금 이순간에  감정이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고유명사로 이야기해보도록 합니다.


● 수잔이 치료자가 곁에 없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냐는 질문을 했다는 점에 주목해보세요. 치료회기 사이, 즉 수잔이 혼자일 때는 왜 이것이 더 어려울까요? 부분적으로 이것은 대상항상성이 미흡하게 발달한 상태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회기와 회기 사이에 수잔은 치료자에 대해 주로 부정적인 관점, 즉 그녀를 거부하고 버릴 사람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치료자가 물리적으로 곁에 없을 때 자신을 진정시켜주는 치료자에 대한 정신적 표상에 접근하고 사용하는 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기 사이에 좌절감을 주는 속성과 만족시켜주는 속성이 공존하는 것을 반영하는, 균형잡힌 관점으로 치료자를 보는 것이 어렵다고 느낍니다.


● 대상항상성을 기르도록 도우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회기 사이에 고통을 느낄 때마다 치료받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상황 한가운데 있을 때 이런 상상을 시도하는 것은 너무 힘들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을 장소에 있을 때 시도해보도록 권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 상태를 상세히 기술해보라고 제안합니다. 물론 대상항상성을 발달시키는 주된 방식은 치료의 일관성 자체에 의한 것이고, 이와 함께 치료자에 대한 환자의 경험이 달라질 때 이를 반복적으로 탐색하는 것입니다.


  대상항상성이란 내가 위험할 때에 기꺼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줄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유년기에 양육자가 그런 대상이 되어 슬플 때 무서울 때 압도될 때 안심시켜주고 지지해주게 되죠. 그런 경험이 부족하다면 안정적인 대상항상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쉽게 불안하고 압도되기 쉽다고 보고 있어요. 마치 금방이라도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 같은 파국적인 상황으로 느낄 뿐더러 자신을 믿기 어려운 공포스러운 상황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치료자가 그 역할을 대신해서 매회기마다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이고 일관된 반응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바로 '치료의 일관성 자체'를 통해 시나브로 대상항상성을 발달하게 된다는 의미일 겁니다. 나아가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내담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타인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그 이면에는 어떤 감정과 믿음이 숨겨져 있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상담을 종결하게 되면 이제 내담자는 혼자서 불확실한 현실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상담자가 도와줬기 때문에 변화할 수 있었다고 느끼면서 과연 홀로 감당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곤 하는데요. 그럴 때 어떤 내담자들은 '만약 이럴 때 상담자는 어떻게 이야기해줬을까?' 스스로 자문하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대상항상성'의 발달입니다. 나를 결코 쉽게 판단하거나 충고하지 않았던 상담자와의 관계 경험을 통해 내담자는 안정적으로 그곳에 있어주는 마음 속에 대상을 만들어나간 것이거든요. 혼자였을 때 '나는 못해, 나는 이러저러해서 못났어'라고 평가했었다면, 이제는 '상담자라면 이럴 때 그 사실만 가지고 평가하지 않았을거야, 나에게는 이런 면도 있다고 말해줬을거야'라고 되뇔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렇게 상담자의 존재를 마음 속에 든든한 안전기지로 세우는 작업을 직접적으로 회기 사이에 연습해볼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 대상항상성이 결여되고 편집-분열자리 경향이 있는 환자들은 흔히 미래가 있다고 안심시켜 줄 때 좋은 반응을 보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시간이 많습니다. 다음 몇 주 동안 당신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이것을 살펴볼 수 있어요", "이처럼 힘든 상황을 거쳤는데 매번 난관을 이겨냈습니다" 이런 말들이 얼마나 안심시켜줄지 이해할 수 있나요? 이 말들은 현실은 "지금 아니면 결코 안 돼 now or never, 하든지 아니면 죽든지 do or die, 전부 아니면 무 all-or-nothing"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환자 혼자서 이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치료자가 함께할 것이고, 환자가 헤쳐 나가도록 매주 도와줄 것입니다.


   이 구절은 대상항상성이 안정적으로 발달되지 않은 경우에 생각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걸 에둘러 보여줍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하든지 아니면 죽든지, 전부이거나 무의미"라는 생각은 "흑백논리적 사고"라는 공통점 있거든요. 흑백논리는 우리를 '파국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느끼게 하고, 우리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시야가 좁아지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물밑듯이 밀려오게 되죠. 결국 불안과 편집-분열자리의 핵심에는 대상항상성의 부족이 있고, 그 결과로 흑백논리가 쉽게 활성화되어 불안에 압도되기 쉽다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대상항상성을 길러주는 것이 궁극적인 치료 목표일 수 있어요.


  그런데 흑백논리라는 녀석은 인지행동치료에서 우울과 불안을 유발한다고 밝혀진 생각의 오류입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이 생각의 오류를 직접적으로 교정하고 있는데요. 대상관계 심리치료에서도 상담자가 생각의 오류에 대한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인간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언어적인 틀이 다르더라도 결국 그 본질은 같다고 느끼게 하거든요.



안전하고 윤리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엄격한 수련 과정을 통해 공인된 전문가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임상심리전문가(한국임상심리학회), 상담심리사(한국상담심리학회), 전문상담사(한국상담학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의 자격을 확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참고한 책들

- Allan G. Frankland. (2014). The Little Psychotherapy Book: Object Relations in Practice. Oxford Univ Pr. 김진숙 역. (2019)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 사례로 보는 치료 안내서>, 학지사.

- N. Gregory Hamilton. (1990). Self and Others: Object Relations Theory in Practice. Jason Aronson Inc. 김진숙, 김창대, 이지연 역. (2007).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 자기와 타자>,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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