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자기 발견과 자립의 길
데미안을 읽고 나서 느껴지는 단상을 여러 편의 글로 썼다. 쉽게 읽히지 않았던 이 책이 왜 자꾸만 읽고 싶어졌을까? 그간 이 책을 집어 들 때마다 지루함을 느꼈고, 이해되지 않아 중간에 내려놓곤 했다. 아마도 진지하게 읽고 싶은 동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 작가님의 추천을 보고, 이 책이 나에게도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블로그에 “읽겠다”라고 공표했고, 이웃 분의 격려 덕에 미루지 않고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 나갔다.
읽는 내내 지금의 나에게 이 책이 딱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속의 싱클레어가 느끼는 혼란과 성장의 과정이 과거의 나와 겹쳤고, 지금의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평 쓰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마치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큰 건물처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에게 끌리면서도 부모님의 세계, 밝고 안전한 세계로 도망치려 한다. 나 역시 안정된 세계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 모험을 떠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 적이 많다. 알을 깨고 나아가려는 욕구와 알의 아늑함 속에 머물고 싶어 하는 양가감정 속에서, 그는 세상의 새로운 질서에 도전해 보려 하지만 곧 혼란과 불안에 빠진다. 나 또한 비슷한 순간을 반복해 왔다. 과거의 경험은 나를 두렵게 하고, 변화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깨닫는 것은, 유보는 결국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것이다. 변화를 거부할 수 없기에, 다시금 기존의 세계와 작별을 고하고 나만의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내게 된다.
싱클레어는 새로운 학교에서 베아트리체와 오르간 연주자를 만나며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을 계속한다. 베아트리체에 대한 열망은 데미안에게 끌리던 마음과 같았고, 결국 그는 그녀 안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결국 우리는 자신 안의 내면만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르간 연주자는 데미안처럼 싱클레어의 내면 여정을 돕는 인도자였지만, 싱클레어는 그의 가르침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그를 부정하며, 싱클레어는 마침내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싱클레어는 자신의 힘을 자각한 후,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난다. 그는 에바 부인에게 강하게 끌리며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꿈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도 싱클레어처럼 하나의 답을 찾고 싶어했다. 하지만 인간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알을 깨고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새로운 창조는 어떤 것의 죽음 위에 가능하듯, 나도 이 책을 통해 내면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용기를 얻었다.
에바 부인과의 만남을 통해 싱클레어는 마술 같은 끌어당김의 비밀을 배우고, 데미안은 그에게 앞으로의 세상을 예견한다. 두 사람은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데미안은 마지막으로 싱클레어에게 "이제는 내 도움 없이 네 안의 너를 떠올려라"라는 말을 남긴다. 싱클레어는 스스로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었고, 나는 이 책을 통해 ‘자립’의 벽을 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나만의 길을 찾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의존하고 있던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내면을 탐구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 어떤 것도, 심지어는 타고 있던 뗏목조차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그동안 나를 이끌어 준 좋은 사상과 지식이라 해도 결국은 과정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데미안은 내면의 성장을 통해 자립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자기 발견의 여정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읽으면 많은 위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만나는 인도자나 지식도 결국에는 내려놓아야 할 뗏목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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