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에 눈을 떴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깜짝 놀랐다.
이렇게 푹 잘 수 있다니, 감사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지난 한 주 동안 열심히 산 나 자신을 칭찬해야 할까?
하지만, 이 감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혼자 아침을 열고 청소하는 남편이 보였다.
아, 미안하구나. 바로 점심 준비로 미안함을 갚아보기로 했다.
계획은 콩나물 무침이었지만, 손이 미끄러져 콩나물국으로 급 변경.
이로써 국은 소고기 무국과 콩나물국, 두 개가 되었다.
어색한 식탁을 오이무침과 멸치볶음으로 간신히 채워 본다.
부족한 마음에 김자반과 치즈소세지까지 추가.
이 정도면 조금 화해될까?
그런데 남편이 국을 한 모금 마시더니 평가를 시작한다.
“이거... 조금 싱겁네.”
어랍쇼, 아들도 똑같이 한 마디 한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쓴웃음을 삼키고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계속 누워 있고 싶었지만, 맑은 가을 하늘이 "빨리 나와!" 하고 외치는 듯했다.
선선한 바람과 푸른 하늘,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을 지나니, 새로운 하루가 열린다.
옆에서 아들이 발을 다쳤다며 호들갑을 떨자
나는 제비 다리 고쳐주듯 빵봉지로 발을 감싸며 치료해줬다.
즉석에서 현대판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지어냈다.
“요즘 흥부는 *가지 없는 제비를 만나서 복은커녕 해꼬지를 당했단다.”
아무도 크게 웃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 서로의 눈빛에서 웃음이 스며나왔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일상들, 재미있지도 않은 이야기들,
그 모든 게 모여서 우리의 ‘아주 보통의 하루’가 된다.
이렇게 길 위에서 만나는 것들,
섣부른 판단 없이 지나쳐본다면,
어쩌면 우리네 평범한 하루는 그 자체로 특별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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