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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am Feb 02. 2023

폴 세잔의 ' 사과'에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그의 still life를 위하여

Self Portrait c. 1875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은 부유한 은행가의 사생아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화가가 되길 꿈꾸었으나 그의 아버지는 이러한 그의 꿈을 완강하게 반대했다.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사생아라는 사실에서 오는 불안감은 평생 세잔을 괴롭힌다. 1875년 그의 나이 34세 때 그린 위의 자화상의 모습을 보면 눈빛에서 이러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보인다. 또한 추후 피카소나 반 고흐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듯한 벽지처럼 보이는 배경의 분열감은 자신의 이러한 자아의 불안함을 여실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폴 세잔은 훗날 자신이 직접 그린 젊은 날의 이 자화상을 두고 상당히 당당하고 자신에 차있는

자랑스러운 젊은 날의 모습이라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잔은 파리 미술계의 최상류층에 들어가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파리 살롱전에서 그의 작품들이 거절당했을 때 세잔은 크게 낙심했지만 이후 낙선한 사람들만을 위한 소위 '낙선전'에서 다른 '불 합격자들'인 마네, 피사로, 라투르 등과 함께 작품을 전시하게 된다.



The Stove in the Studio, 1865


Scipio, 1866-68


어둡고 우울한 색조로 그려진 세잔의 초기 작품들은 다소 어둡고 조금은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며 침울함을 자아낸다. 렘브란트만큼은 아니지만 폴 세잔 역시 수많은 초상화와 자화상을 그렸는데 그중 스키피오(scipio 1866-68)라는 작품은 유일무이한 '흑인 초상화'이다.  이 작품은 미국 남북전쟁 (1861년에 미국에서 시작된 노예제 폐지를 위한 전쟁)  무렵에 그린 작품으로서 세잔은 이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추측된다.  작품을 통해 '노예제 폐지론의 중심'이 된 이 작품을 클로드 모네가 구입해 소장했다고 한다. 



Group of Houses, 1877



The Seine at quai d'Austerlitz (after Guillaumin), 1878                                


1870년대 이후 그의 양식은 변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세잔은 마리 오르탕스 피케와  사랑에 빠졌으며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하기 시작한다. 특히 '피사로'에게서 인상주의 기법과 이론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함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느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다. 



The Basket of Apples, 1894


세잔은 자신을 진정한 인상주의 화가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1874년에 인상주의 화가들과 함께 전시회도 가지게 된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더 단단하고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원했다. 오랫동안 플랑드르 미술에 감명을 받았던 세잔은 플랑드르의 대가들이 사용한 것과 유사한 색조로 정물화를 그렸다. 세잔의 정물화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작품들이 바로 <사과와 오렌지>, <바구니 속의 사과들>이다. 이 그림들은 무미건조한 주제를 위대한 현대미술로 끌어올리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폴 세잔을 현대미술의 아버지, 또한 창시자로 부르는 이유이다.



Apples and Oranges, 1899


"사과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 폴 세잔"


그렇다면 그는 하고많은 사물들 가운데 왜 '사과'를 그린 것이며 왜 그렇게 많은 사과 그림을 반복해서 그린 것일까?


위에 그린 두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모르게 탁자의 수평이 안 맞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공중에 떠있는 듯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딘가 초점이 부자연스럽다.

중간에 테이블보가 살짝 가린 것 같지만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still life(정물화)의 기본인 보이는 대로 사실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느낌이 든다. 


렇다면 위 작품들은 기본이 안된 그림인가? 아님 세잔의 어떤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인가?

연결되지 않은 분리되고 어긋나 보이는 이 원근법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는 다시 말해 관람자가 작품을 보는 시점이 불일치 되어 있거나 혹은 복수의 시점이 공존한다는 뜻이며

한 화면을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회화 제작의 보는 관점인 '단일 시점'으로 작품을 봤을 때는 불가능한 왜곡된 형태와 공간학적인 구성이 복수의 시각으로 바라다보면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을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늘 현실을 그대로 사실적으로 표현해왔던 회화의 화면을 작가의 계획된 의도에 따라 현실과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 복수의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유도했다는 의미에서 폴 세잔의 정물화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


세잔은 수많은 사과 정물 연작 시리즈를 그림으로써 인간의 시각이 하나의 시각이 아닌 움직임 속의 다른 시점으로 복수의 시각을 바라봄에 따라 이미지를 '해체' 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세잔의 의도는 훗날 피카소로 연결되는 "큐비즘"으로 나타나게 된다. 


세잔이 말하는 '그린다는 것'은 단순히 대상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브제(개체)들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관계 사이의 화음을 포착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잔의 정물화는 화가가 목적에 따라 화면 안에 인위적으로 배치해 놓은 대상과 대상 간의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개체와 개체 간의 관계 즉 '구성' 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직 1개의 사과 정물화 작품이 아닌 수많은 사과 정물화를 '반복'해서 그림으로써 자신이 추후하고자 하는 바를 실현하게 되었고 큐비즘을 통해 현대미술의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



Still life with Plaster Cupid 1894


Still life with Plaster Cupid 1895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세잔의 또 다른 사과 정물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익숙한 대상인 '사과'와 함께 큐피드를 함께 배치해 그려놓았다. 

그런데 두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에 비해 두 번째 작품은 뒤 배경이 되는 벽이 마치 공중에 붕 떠있는듯해서

역시 다른 사과 정물화들처럼 원근법을 무시하고 그린 듯하다. 이는 아까 설명한 대로 '복수의 시점이 공존' 하고 있다는 작가의 의도를 피력하고 있다. 시점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공존할 수 있다는 그의 의도인 것이다. 



You must think!! 

The eye is not enough ; it needs to think as well !!

그림을 그릴 때는 눈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폴 세잔



회화 작품을 '아름다움'이나 '단순한 재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연(대상)과 지각에 관한 예술로  '재정의'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죽어있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는 것 같은 'still life'는 그렇게 세잔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고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의 다양한 관점에 따라 여전히 여러 가지 시선과 구성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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