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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나 May 21. 2019

'져 주는' 로봇을 기대하는 인간

인간은 도대체 로봇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샐리-앤 테스트(Sally-Anne tet)


1. 샐리와 앤이 방에서 함께 공을 갖고 놀고 있었다. 도중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샐리는 공을 바구니 속에 넣어놓고 방을 나갔다. 샐리가 방을 나가자, 앤은 바구니 속에 있던 공을 꺼내어 옆에 있는 상자에 옮겨 넣었다. 잠시후, 샐리가 다시 방에 들어왔다. 샐리는 공을 찾기 위해 어딜 먼저 찾아봤을까? 


2. 정답은 바로 ‘바구니’이다. 대답하기 위해 머리 쓸 필요도 없었겠지만, 당신의 뇌는 ‘샐리의 입장’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을 예측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정답을 맞출수 있는 것이다. 4~5살 아이들의 사회성 판단을 위한 이 샐리-앤 테스트(Sally-Anne test)는 이제 로봇의 사회성을 따지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


3. 사람 사이에 필요한 능력을 로봇에게 요구하는 시대이다. 기계가 수행하는 역할의 대리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움직이며 재료를 절단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등의 육체적 노동을 대신해주었다면, 이제는 사람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거나, 기억하는 인지적 노동을 넘어서 사람을 상대하거나 감정을 교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4. 게다가 이제 사람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기계가 육체적 노동을 대신할 때는 길이, 무게 등의 물리적 요소만 참고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자동화로 시간, 장소, 감정 등의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컨텍스트(Context)부터 사회적 규칙, 문화, 법 등의 사회적 컨텍스트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 게임 회사에서 '잘 져주는' 인공지능, 그것도 치열하게 싸우다가 아슬아슬하게 져주는 인공지능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에게 즐거움을 서비스하기 위해 로봇이 ‘지는 게 이기는 것’까지 알아야한다.

 

알파고는 눈치껏 한 판 더 졌어야 했다


5. 스마트 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혁신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때와는 달리, 또 한 번의 혁신처럼 등장할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내보인다. 기계의 ‘사회적 역할 대리화’와 ‘의사결정 자동화’가 작게는 서비스에 대한 낮은 신뢰도부터 크게는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깊이 있는 학습 능력으로 사람보다 ‘정확한’ 판단을내릴 수는 있겠지만, ‘옳은’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이다. 기계에 대한 사회적 포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한 로봇에게 ‘사회성’이 필요하다. ‘똑똑한’ 로봇의 ‘정확한’ 판단을넘어서 ‘옳은’ 판단을 하는 ‘따뜻한’ 로봇을 원하는 이유이다. 


P.S. 이러다 지혜로운 로봇도 원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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