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지노-<NOWITZKI>리뷰
힙합은 그간 기나긴 침체기에 빠졌다. 양산형 발라드랩과 싱잉랩에 힙합 코어팬들은 지칠 대로 지쳤고, 쇼미더머니의 흥행 실패로 대중들 조차 발을 돌리는 것이 작년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2023년에 접어들어 스윙스를 필두로 한국 힙합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다채롭고도 멋진 행보를 보여주며 일명 '국힙 멸망론'은 점차 사그라드는 추세이다. 빈지노와 이센스가 정규 앨범을 차례로 발매하며 연전연승을 기록하던 이찬혁 씨에게도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 그리하여 오늘 필자는 이 흐름에 숟가락을 얹고자 빈지노의 <NOWITZKI>와 이센스의 <저금통>을 간단 리뷰해보고자 한다.
우리들의 영원한 랩스타 빈지노가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전작에 비해 전체적으로 릴랙스해진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그가 작업을 하러 갔다 온 스웨덴의 사우나처럼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의 사운드가 이 앨범의 특징이다. 250, Y2K92 등의 특색 있는 프로듀서들과 훌륭한 조합을 보여주고, 적재적소에 피처링진을 활용하며 앨범의 듣는 재미를 높였다.
또한 그간 청춘의 아이콘이라고 불렸던 그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삶에 어느 정도 정착하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진 30대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의 대표작이었던 <24:26>의 장점이었던 대중성을 포기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만든 그의 태도는 그가 롱런하고 있는 그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부분은 '역대급 앨범'이라는 평이 많지만, '흠..그정둔가?'식의 의견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한 의견의 이유로는 앨범의 난해성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는 이 난해성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이유는 기존의 것을 벗어나는 데에 있다. 다른 이들이 하지 못한 것을 함으로써 대중들의 상식에 충격을 주는 사람이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나는 이번 앨범 <NOWITZKI>는 필자의 입장에서 마땅히 찬사받아야될 앨범이다.
앞서 리뷰한 <NOWITZKI>와는 다르게 이센스는 이번에서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을 했다. 다른 래퍼들이 이와 같은 선택을 했다면 조금은 실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센스의 이런 선택은 전혀 실망스럽지 않다. 그것은 바로 그가 이센스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랩쉿을 그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퀄리티로 보여준다. 그의 확신에 찬 랩핑을 듣고 있자면 고개가 저절로 들썩여지게 된다. 부족한 참신성은 다양한 피처링진들로 채웠다. 특히나 <A YO>에서 빈지노와의 조합은 힙합 팬이라면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스윙스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그는 마치 장인과도 같다. 한 가지 길만 꾸준히 파는 사람. 마치, 아르옌 로벤의 매크로 기술처럼 계속해도 계속 먹히는 것이 그의 랩이다. 그의 독보전인 랩 실력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싱랩으로 지친 힙합팬들에게는 날것의 랩핑으로 가득 채워진 이센스의 <저금통>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