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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싱더바운더리 Jul 31. 2023

공공구-<ㅠㅠ>

공공구의 앨범 [ㅠㅠ]는 가난한 무명 래퍼인 자신의 처지와 지질한 청년의 모습을 어떠한 은유도 없이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회고록 같은 작품이다. 



연인과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이별을 하게 되는 굵직 한 사건을 주제로 첫 트랙 "괴물"에서부터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다. 공공구의 장점 중 하나인 '흡수력'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트랙이며, 우리는 이것을 통해 이 앨범을 관통하는 감정인 우울과 자기혐오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그 후 차례로 자신의 금전적인 문제, 가정사, 친구와의 다툼 등의 사건들을 공개한다. 관계에서의 갈등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숨겨놓지 않고 각 트랙마다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이다.

이로써 공공구의 혼란과 자기 파괴적인 감정은 계속해서 가중된다. 


이러한 혼란스럽고도 흩어진 파편 같은 사건들은 마지막 트랙 "마지막처럼"에서 하나의 줄기로 묶인다. 트랙 전체에서 보인 광기 어리고 충동적인 모습, 그렇지만 동시에 확고하고도 이성적인 결정을 이 트랙을 통해 표현한다. 과거의 일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고 자신을 믿고 나아가겠다는 그의 판단으로 소년의 모습에서 어른의 모습으로 한층 성장하며 앨범은 마무리된다.


 사실 이 앨범의 사서 자체는 그렇게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저스디스, 테이크원,김심야 등의 래퍼가 스토리상으로는 궤를 같이하는 앨범을 발매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서사가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은 그의 유려한 랩스킬과 퍼포먼스 때문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앨범 내내 지속되는 찢어질 듯한 기계음은 그의 복잡한 감정선을 잘 드러낸다. 또한 그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치밀한 '구성력' 덕분에 이 앨범을 설계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필요한 '작품'으로 만들어놓았다. 


따라서 이러한 종합적인 요소들 덕에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공구의 [ㅠㅠ]는 꽤나 독특한 형태의 지지를 받는 앨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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