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정부에 거주 중이다.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있을 거 다 있고, 사람들도 마음에 들고...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나 '도서관'의 존재이다. 나는 도서관이 좋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과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좋다. 의정부에는 크게 3가지 도서관이 있는데, 과학 도서관, 미술 도서관, 그리고 음악 도서관이 그것이다.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인 음악 도서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우선 이름부터 '음악' 도서관인 만큼 음악에 관련한 소재가 사방에 널려있다. 과장 조금 더해서 서가 곳곳마다 음악이 넘쳐날 정도로 그 양이 엄청나다. 음악에 관련된 책은 물론이거니와 달마다 유명한 평론가, 혹은 가수들이 추천해 준 앨범이 전시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책들도 비치되어 있다. 과학 도서관이 넷플릭스라면 음악 도서관은 왓챠 같은 느낌이었다. (어, 이게 없어? 어, 이게 있어?)
그러나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개방감이 돋보이는 1층과 2층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게 되면 뮤직 스테이지가 우릴 맞아준다. 무려 6800점이 넘는 CD, 1700여 점이 넘는 LP, 1200점이 넘는 DVD와 최고 수준의 시설을 겸비한 오디오룸 그리고 연주가 진행되는 뮤직홀. 이 모든 것이 3층 뮤직 스테이지에 존재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아마 천국일 것이다. 이곳에서 CD나 LP를 들으면서 책을 읽을 때의 그 고양감은 정말이지 엄청나다. 흐르는 음악 소리 사이에 간간이 들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 이 모든 것을 경험하고 싶다면 음악 도서관 방문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또한 피아노를 직접 쳐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음악도 듣고 연주도 해보고 싶은 이에게도 추천한다.
내가 정말 놀랐던 것은 파란 노을의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LP가 있었던 것이다. 마이너 한 장르이기 때문에 당연히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매대에 떡하니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날로그 소년의 '택배 왔어요' CD가 있을 때도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의정부 음악 도서관이 장르의 다양성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무려 '시'에서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빵빵한 자본과 아름다운 건축물,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보이는 기획, 이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져 만들어진 아름다운 공간이다.
의정부를 왔다면 부대찌개만 먹고 가지 말고, 한 번쯤은 이 음악 도서관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너바나, 비틀즈, 이문세 등 걸출한 메이저 가수들의 음악뿐만 아니라 파란 노을, 아날로그 소년 등의 마이너 가수들까지 준비되어 있는 이곳에 와서 음악을 책과 함께 듣고 있노라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분명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