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의 4일째 아침에 그라나다로 바로 떠나기 때문에 말라가의 3일째는 잠만 자면 되는 새로운 숙소를 예약했다. 기존 숙소에서 11시까지 체크아웃을 해야 되어서냉장고에 남은 모든 재료를 이용해서 아침을 만들어 먹었다새로운 숙소는 과메디나강 동쪽에 있어서 체크아웃 전에 서쪽을 좀 더 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서쪽에 있는 우엘린 공원(Parque de Huelin)을 지나서우엘린 해변(Playa de Huelin)으로 갔다. 공원도 해변도 모두 작고 조용했다. 아침시간이어서 사람들이 없을 수도 있지만 주변에 비치펍이나 카페도 보이지 않았다. 'San Andrés'라고 적혀있는 큰 조형물이 있었는데산 안드레스 지역(San Andrés)은우엘린 지역(Huelin)보다도 더 서쪽에 있는 것으로 지도앱에 나왔다. 서쪽 방향으로 계속 가면 해변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아 보였지만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와서 숙소로 돌아갔다.
시설과 인테리어 모두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에어비앤비를 나와서 다양한 관광지가 모여있는 과메디나강 서쪽에 있는 Coeo Pod Hostel로 갔다. 'ㄴ'자와 'ㄱ'자가 겹쳐있는 형태로 방을 만들어서 공간을 줄이면서도 분리된 침실을 제공하는 호스텔이었다. 욕실과 주방은 공용으로 사용해야 했지만 관광지 중심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개인 침실을 사용하는 장점이 있었다. 말라가 대성당, 알카사바, 피카소 미술관, 메르세드 광장 등이 5분 이내에 걸어갈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 체크인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아서 짐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우엘린 해변의 'San Andres' 표시(왼쪽), 서쪽 멀리 San Adres 해변의 건물들(오른쪽)
말라가의 AC 호텔 루프탑에서 행복한 '지중해 멍'을 보내다.
말라가에는 일요일에 무료입장이 가능한 시설이 많다. 피카소 미술관은 일요일 관람 종료 2시간 전부터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히브랄파로 성과 알카사바는 일요일 오후 2시부터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히브랄파로 성은 전날 다녀왔기 때문에 알카사바와 피카소 미술관을 가 볼 생각이었다.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가까이 있는 AC 호텔 루프탑으로 갔다. 일부 후기에는 1층에서 입장 티켓을 구매하면 루프탑으로 올라가서 음료 한잔을 마실 수 있다고 했는데 낮시간이어 그런지 그냥 올라갈 수 있었다. AC 호텔로 들어가서 앞에 서있는 직원에게 루프탑에 가려고 한다고 말하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위층으로 가면 된다고 알려줬다. 호텔 엘리베이터에는 'RESTAURANTE ÁTICO'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바로 앞에 식사가 가능한 레스토랑이 보였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직원이 와서 식사를 할 것인지 음료만 마실 것인지 물어보았다. 음료만 마신다고 하니 루프탑 수영장 옆의 바로 안내를 해줬다. 오픈 시간이라 손님이 몇 명 없어서 난간 가까이에 있는 전망이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눈앞에 지중해가 펼쳐졌다. 그 앞에는 대형 크루즈와 요트들이 보였다. 먼저 상그리아 한잔을 주문했다. 히브랄파로 성안의 카페에서 마셨던 상그리아에 비하면 아주 단순하게 큰 얼음만 들어있었지만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전망이 모든 걸 만족스럽게 하는 루프탑 바였다.
더 오래 머물고 싶어서 칵테일 한잔을 추가로마시고 알카사바 입장 시간이 되어서 내려왔다. 루프탑 바와 레스토랑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는데 바다 반대편 자리에서는 말라가 대성당이 가까이 보였고 조금 떨어진 언덕 위로 히브랄파로와 알카사바가 보였다. 어제 올라갔던 히브랄파로 성에 못지않은 전망을 보여준 호텔 루프탑 바였다.
AC호텔 루프탑 바에서 보이는 말라가 항구와 지중해
AC호텔 루프탑 식당에서 보이는 말라가 대성당(왼쪽), 알카사바(오른쪽 언덕 아래), 히브랄파로 성(오른쪽 언덕 위)
알카사바에서는 말라가를 가까이 조망할 수 있다.
2시가 넘어서 알카사바에 도착하니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했다. 입구에 직원이 없어서 앞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들어갔다. 전날 방문했던 히브랄파로와 다른 점을 찾으면서 보게 되었다. 알카사바는 히브랄파로 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 히브랄파로에서는 말라가 대성당을 위에서 바라볼 수 있었는데 알카사바에서는 대성당의 지붕과 눈높이가 비슷했다. 낮은 만큼바다도 도시도 모두 가깝게 보였다.
히브랄파로는 요새의 역할을 했던 성으로 보였고 알카사바는 궁전으로 사용된 성처럼 보였다. 물이 흐르는 안뜰과 지붕을 받치는 기둥들 그리고 구역이 나눠져 있는 벽과 방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후에 그라나다에 가서 본 알함브라에 비하면 소박한 궁전이었지만 말이다.
도시나 바다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알카사바를 추천하겠지만 뻥 뚫린 전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히브랄파로를 추천하고 싶다. 나는 후자에 해당해서인지 전날 방문했던 히브랄파로가 더 마음에 들었다. 순서를 바꿔서 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알카사바에도 카페로 보이는 장소가 있었는데 운영은 하지 않았다. 살짝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알카사바를 내려왔다.
알카사바에서 보는 말라가 항구(위), 알카사바 내부(아래)
말라가의 마지막 일정으로 피카소의 생가를 방문하다.
무료입장 시간이 조금 지나서 도착한 피카소 미술관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거의 100미터에 가까운 긴 줄을 서 있었다. 시간이 되면 기다리던 사람들이 모두 같이 입장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 입장할 수 있는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오면 다음 사람이 들어갈 수 있었다. 줄이 매우 더디게 줄어들었다.마지막에 줄을 서서 폐장 시간까지 입장이 안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들었고 들어가더라도 작품을 감상할 시간이 얼마 없을 것 같았다.
피카소 미술관 대신 피카소 생가를 보기로 했다. 피카소 생가도 일요일은 문을 닫기 2시간 전부터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메르세드 광장을 지나서 피카소 생가 앞으로 갔을 때 십여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기다리지 않고 입장이 가능했다. 피카소 생가는 큰 건물의 좌측 일부에 해당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피카소가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방과 연습한 그림 그리고 이후에 그린 일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규모가 매우 작아서 전시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하나씩 천천히 볼 수 있는 점은 좋았다. 다만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은 그림은 찾지 못했다. 그런 그림을 찾았더라도 오래된 집을 개조한 전시관은 한 곳에서 오랫동안 그림을 보기에 적합한 공간은 아니었다.
1층 파라솔이 있는 부분은 카페(오른쪽), 아로 옆에 반쯤 열린 짙은 청색 문이 피카소 생가 입구
말라가에서 3일이 지나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 인지 스페인에 도착해서 그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시차를 느끼기 시작했다. 남은 여행을 위해서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그라나다로 떠나기 위해서 숙소로 가서 쉬기로 했다.
메르세드 광장을 지나서 알카사바 바로 앞의 길을 걸으며 경치를 보다가 노천카페와 식당이 있는 골목길을 돌아서 말라가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 말라가의 일요일 무료입장 소개 (2023년 11월 기준)』
말라가에는 일요일 오후에 무료입장을 제공하는 장소가 많이 있다.
말라가 알카사바(Alcazaba), 히브랄파로 성(Castillo de Gibralfaro) : 일요일 오후 2시부터 무료입장
말락 피카소 미술관(Meseo Picasso Málaga), 피카소 생가(Museo Casa Natal de Picasso) : 일요일 폐장 2시간 전부터 무료입장 (동절기 폐장 시간이 다름)
말라가 티센 미술관(Museo Carmen Thyssen Málaga) : 일요일 오후 4시부터 무료입장
말라가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Malaga) : 첫 번째 일요일 상설전시와 어린이 미술관 무료입장
『 말라가의 AC 호텔 루프탑 (2023년 11월 기준)』
AC 호텔 루프탑을 지도앱에서 검색을 하면 3곳이 나오는데 후기를 보면 모두 비슷한 사진이 있어서 같은 장소로 생각된다. AC호텔 출입구로 들어가서 앞에 서있는 직원에게 루프탑 바를 간다고 하면 탑승할 엘리베이터를 안내해 준다. 15층 'RESTAURANTE ÁTICO(ATICO RESTAURANT)'으로 가면 된다. 15층으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기 전에 앞에 있는 화면에 15층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