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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TerJay Sep 13. 2024

그라나다의 타파스 투어

여행의 기록 - 6/16 세 번째 도시 그라나다



말라가를 떠나서 그라나다로 가다.


하룻밤을 편하게 자기 위해서 예약한 말라가의 Coeo Pod Hostel은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 개인별로 독립된 공간에서 마드리드의 6인실 호스텔보다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말라가 버스터미널에서 Alsa 버스를 타고 그라나다로 갔다. Alsa는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로 미리 예약을 하면 정가의 절반 이하에 특가 표를 구매할 수도 있다. 다만 후기에 지연으로 인한 불만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정시에 출발하고 정시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스페인의 풍경을 기대하며 버스표를 구입할 때 가장 앞자리를 선택했다. 이국적인 풍경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친숙한 풍경이었다. 들판 위로 멀리 산이 보이고 가까이 단풍이 든 나뭇잎과 낮은 주택들이 보였다. 우리나라 시골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버스에는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라나다로 가는 길에 간단한 음식을 사 먹거나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도록 휴게소에 한번 들렀다.


말라가를 출발한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Alsa 버스가 정차한 그라나다 버스터미널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말라가 버스터미널 보다 조금 더 넓고 깔끔했다.

그라나다 버스터미널, 'FACTURACION' 아래 'alsa'표시가 있는 문



그라나다 최고의 가성비 호텔에 머물다.


그라나다의 호텔을 찾을 때 처음에는 유명한 타파스 골목에 있는 호텔을 골랐었다. 오래된 호텔이지만 이슬람 영향을 받은 안달루시아 양식의 안뜰이 마음에 들었다. 계속 검색을 해보니 그라나다에는 작은 주방이 있는 호텔 여러 곳이 나왔다. 레지던스 룸은 에어비앤비가 아니어도 요리가 가능한 장점이 있었다.


식기세척기가 설치된 싱크대가 있는 주방과 거실이 연결되어 있고 침실은 파티션으로 분리되어 있는 Sercotel Granada Suite을 최종적으로 예약했다.


그라나다 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그라나다 대성당 앞에 내려서 호텔을 찾아서 걸어갔다. 호텔 건물 1층 벽에 그려진 그라피티를 보고 조금 걱정을 했지만 호텔 안으로 들어갔을 때 사진과 그대로인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며칠을 더 머무르면서 보니 그라나다에는 그라피티가 그려진 건물이 많았다.


분리된 침실, 거실과 주방, 욕조와 샤워부스가 각각 설치된 욕실이 있는 객실이번 여행에서 내가 머문 가장 넓은 소였다. 호텔 내 레스토랑과 야간에 컨시어지 서비스가 없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에 넓고 편리한 객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성비는 최고였다.

그라나다에서 머문 레지던스의 거실(TV 뒤에 침실, 왼쪽 문이 열린 곳이 욕실, 시진을 찍은 위치에 싱크대)  



나만의 타파스 투어를 시작하다.


스페인의 타파스는 간단한 전체 요리나 안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예전에는 주류를 시키면 무료로 제공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음식값을 받고 판매를 하지만 그라나다에는 아직도 음료를 시키면 무료 타파스를 함께 주는 전통이 남아 있다. 그라나다 패키지여행에 타파스 투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 무렵이었는데 점심 식사를 대신해서 타파스 맛집을 찾아 나섰다. 타파스 바를 찾아가는 기준은 지도앱에 후기가 좋은 곳이면서 줄을 서지 않는 곳이었다. 라나다 대성당 북쪽의 대로(Calle Gran Vía de Colón)를 건너가면 타파스 바가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 있는데 여기의 유명한 타파스 바들은 줄을 서거나 너무 붐비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곳을 찾았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호텔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는 Bar Las Rejas라는 곳이었다. 말라가에서 마신 상그리아가 상당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라나다의 첫 번째 상그리아를 마시고 싶었지만 메뉴에 상그리아가 없어서 맥주를 시켰다. 볶은 감자 위에 계란 프라이 반숙이 얹어진 타파스가 같이 나왔다. 맥주 한잔 가격에 포함된 기본 타파스로 무난한 시작이었다.

골목길의 작은 타파스바 Bar Las Rejas


다음은 타파스 바와 음식점이 모여있는 거리로 유명한 곳 중 하나인 나바스 거리(calle Navas)로 갔다. 200m 정도의 골목길 양쪽으로 많은 타파스바와 식당이 있고 가게 앞에는 야외 테이블이 있었다.


입구는 작지만 안쪽으로 길게 자리가 있는 Casa Fernando가 나의 두 번째 타파스 바였다. 여기는 메뉴에 상그리아가 있어서 바로 주문을 했다. 레몬만 들어있는 단순한 상그리아였지만 함께 나온 타파스가 마음에 들었다. 생선 구이를 얹은 바게트 빵과 진짜 감자를 얇게 썰어서 튀긴 감자칩이 함께 나왔다.

나바스 거리의 작은 타파스바 Casa Fernando


나의 세 번째 타파스 바는 나바스 거리 동쪽 끝에서 이어지는 비르겐 델 로사리오 거리(calle Virgen del Rosario)의 Restaurante el Conde였다. 관광객이 붐비는 거리에서 살짝 벗어난 조용한 식당이었다. 스페인의 식당들은 심시간이 지난 3시부터 저녁 시작 전인 8시 사이에 3~4시간을 문을 닫고 쉬는 경우가 많다. 휴식 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상그리아 한잔이면 된다고 말했다. 타파스는 작은 감자튀김과 초미니 햄버거로 양이 적었지만 상그리아는 스페인에서 마신 것 중에서 가장 크고 과일이 듬뿍 들어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상그리아 중에서 가격도 가장 비쌌지만 마음에 들었다.

비르겐 델 로사리오 거리의 Restaurante el Conde


호텔을 향해서 다시 서쪽의 나바스 거리로 들어갔다. 많은 식당들이 휴식 시간이어서 문을 연 타파스 바 중에서 El Fogón de Galicia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스페인에서 꼭 마셔봐야 한다는 클라라 맥주를 주문했다. 첫 번째 타파스바에서 마신 일반 맥주와 달리 레몬향이 나는 달콤한 맥주였다. 생선 튀김이 타파스로 함께 나왔는데 리뷰를 보니 해산물 요리에 대한 평이 좋았다. 이후에 스페인식 문어요리 pulpo(뽈뽀)를 먹기 위해서 다시 갔는데 아주 부드럽고 적당히 간이 들어가 있어서 맛있었다.

나바스 거리의 해산물 레스토랑이자 타파스 바인 El Fogón de Galicia

  

그라나다의 거리를 구경하면서 걷다가 대성당의 북쪽에 있는 타파스 바를 찾아갔다. 입구 옆에 1917년부터 100년이라고 붙어있는 Restaurante Los Manueles가 나의 다섯 번째 타파스 바였다. 클라라 한잔을 주문하니 빠에아(파에야)가 타파스로 나왔다. 바게트 빵 위에 빠에아를 얹어서 먹었다. 상그리아는 식당마다 모두 달랐지만 클라라는 이전 가게와 같은 맛의 레몬 맥주였다.

100년이 넘은 식당 Restaurante Los Manueles


타파스 바에서 연달아서 맥주, 상그리아, 클라라를 마시고 나니 취기가 올라와서 호텔로 돌아갔다. 잠시만 쉬려고 했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잠을 깨고 보니 저녁 시간이었다. 가까운 대형 마켓이 문을 닫기 전에 서둘러서 장을 보러 갔다. 그라나다에 머문 레지던스는 식기와 조리 도구는 있었지만 식용유와 양념 등이 없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샀다. 햄, 샐러드, 즉석식품 코너에서 파는 데워서 먹으면 되는 요리가 된 빠에아, 물, 우유 그리고 진짜 오렌지 과즙이 들어가 있는 스페인의 오렌지 환타를 샀다. 장바구니 물가는 말라가와 비슷했다. 남유럽에 속하는 스페인의 물가는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참고로 스페인 남부에는 오렌지 나무가 가로수일 정도로 오렌지가 많다.


그라나다의 첫날은 도착한 오후부터 저녁까지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되는 나만의 타파스 투어로 마무리했다.




그라나다 타파스 바 (2023년 11월 기준) 

스페인의 타파스는 주요리가 나오기 전에 먹는 전체요리이다. 과거에는 술을 먹을 때 안주처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되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현재는 별도의 요리로 판매하는 지역이 많아졌지만 그라나다에는 아직도 술을 한잔만 시켜도 무료 타파스를 주는 전통이 남아 있다.


유명 펍을 돌아다니는 펍 크롤링(Pub Crawling)처럼 그라나다에는 유명한 타파스 바를 돌아다니는 타파스 투어(Tapas Tour) 상품도 있다.


그라나다 대성당 건너편 지역 【1】에는 유명한 타파스 바들이 많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 많아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2】나바스 거리(calle Navas / C. Navas)는 좁은 길 양쪽으로 레스토랑과 타파스 바가 줄지어 있어 현지에서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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