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관광의 요소가 풍부한 휴양지이다.
말라가는 스페인 남부 해변의 휴양지인 동시에 역사와 문화적으로 관광객들을 이끄는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인 말라가 대성당(Catedral de la Encarnación de Málaga), 알카사바(Alcazaba), 히브랄파로 성(Castillo de Gibralfaro) 등이 있으며, 피카소가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낸 곳이어서 그와 관련된 피카소 생가(Museo Casa Natal de Picasso), 피카소 미술관(Meseo Picasso Málaga), 메르세드 광장(Plaza de la Merced) 등도 말라가에 있다.
말라가 대성당의 미사에 참석하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한국에서 오래된 사찰에 가면 절을 올리고 유럽의 오래된 성당에 가면 기도를 한다. 오래된 건축물들이 전시를 위해서 모습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 지어진 의도에 맞게 아직도 그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라가에 머무는 동안 대성당 미사에 한 번은 참석하고 싶었다. 말라가 대성당 홈페이지에 찾아보니 요일에 따라서 미사 시간이 조금씩 달랐지만 매일 아침 9시에 첫 번째 미사가 있었다. 말라가의 둘째 날인 토요일에 대성당의 첫 번째 미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전날에 이어서 스페인에서 두 번째 아침도 일찍 일어났다. 이번에는 간단한 아침을 직접 만들어서 먹고 숙소를 나섰다. 미사에 참석하는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간 옷들 중 가장 단정한 옷인 밤색 셔츠에 검은색 기지 바지를 입었다.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말라가 대성당은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고딕 양식의 말라가 대성당의 거대한 외관과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뾰족한 첨탑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8시 30분 문이 열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들어갔다. 밖에서 보던 모습보다 내부의 첫인상이 더 거대하고 화려해 보였다. 높은 천장을 받치고 있는 수직의 기둥과 스테인글라스 등 건물 자체도 멋있지만 거대한 파이프오르간과 기독교 성인들을 기리는 그림과 조형물도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 못지않았다.
9시가 가까워지니 파이프오르간 앞의 철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였다. 성당의 규모에 비해서는 토요일 아침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9시 정각이 되자 신부님들이 들어오고 수녀님들의 성가와 함께 미사가 시작되었다. 많은 인원이 아니지만 몇 분의 수녀님들이 부르는 성가는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서 성당 전체에서 들렸다. 토요일 아침 가까이서 듣는 수녀님들의 맑은 소리는 나의 정신도 맑게 깨우는 것 같았다. 미사는 1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말라가 대성당 내부와 외부의 모습(왼쪽 세로 사진이 미사가 이루어지는 곳)
피카소의 흔적을 찾아다니다.
나는 모네(Claude Monet), 피사로(Camille Pissarro), 르누아르(Pierre Auguste-Renoir)의 그림 스타일을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취향이다. 그들의 그림은 한 작품을 한 시간 동안 보고 다음날 다시 봐도 새로운 즐거움을 줄 때가 있다. 피카소의 그림은 나에게 긴 시간의 즐거움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말라가는 피카소가 태어난 곳이다. 피카소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대성당을 나와서 5분 정도를 걸어서 피카소 미술관으로 갔는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은 문을 닫기 2시간 전에 무료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음날 다시 오기로 하고 메르세드 광장으로 갔다.
피카소 미술관과 피카소의 생가는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으며 그 사이에 메르세드 광장이 있다. 피카소의 생가 바로 건너편에 있는 메르세드 광장의 벤치에 피카소 동상(Estatua de Picasso)이 있었다. 피카소 동상 옆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상의 머리를 만지며 사진을 찍어서 동상의 머리에 광이 나있었다.
메르세드 광장 가운데 토리호스 기념비(Monumento a Torrijos) 앞에 설치된 간이 무대에 피아노와 드럼 등의 악기가 놓여 있었다. 무대에 말라가 재즈 페스티벌(Festival Abierto de Jazz 2023)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악기를 지키고 있던 직원에게 공연시간을 물어봤지만 공연시간은 모른다고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정보가 잘 나오지 않았다. 어렵게 말라가의 지역 신문에서 관련된 기사를 찾았다. 말라가의 광장과 호텔 앞 여러 곳에서 다른 시간대에 재즈 공연이 있다고 나왔다. 메르세드 광장에서는 그날 저녁에 공연이 있어서 다시 오기로 마음을 먹고 광장을 떠났다.
메르세드 광장의 피카소 동상, 뒤에 보이는 건물이 피카소 생가
히브랄파로 성에 올라서 말라가 최고의 전망을 보다.
말라가의 알카사바와 히브랄파로 성 두 곳 모두 말라가의 해변과 도시를 바라보기 좋은 곳이다. 히브랄파로 성이 더 높은 곳에 있어서 더 넓은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더 높이 있다는 것은 더 많이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알카사바 출입구의 오른쪽 옆에 있는 산으로 올라가는 경사로가 히브랄파로 성으로 가는 길이었다. 올라가는 길의 중간에도 멋진 바다 전망이 보이는 곳들이 있었다. 반대편에는 성벽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보였다. 처음에 보이는 성곽은 알카사바에 해당한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으며 더 위로 올라가니 히브랄파로 성이 보였다.
히브랄파로 성의 출입구는 산 위쪽에 있고 알카사바의 출입구는 산 아래에 떨어져 있다. 내부에서 연결이 되지 않아서 한 곳의 입장권으로 두 곳 모두를 볼 수는 없었다. 성안의 전시관에 있는 모형을 보면 히브랄파로와 알카사바를 이어주는 길이 보이는데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히브랄파로의 성곽을 따라서 걸으면서 도시 전체를 볼 수 있었다. 남쪽 성벽 위에서는 말라가 해변과 지중해가 보였다. 바다 전망도 멋있지만 반대편 말라가의 도시 전경도 이색적이었다. 성곽을 따라서 걸으면서 보는 도시와 바다는 모두 말라가 최고의 전망이었다. 적들의 침입을 감시하기 좋은 위치에 지어진 과거의 요새는 관광객들이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되어 있었다.
성안에는 카페 히브랄파로 테라스(La Terrazita de Gibralfaro)가 있었다. 스페인의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가 음료를 받았다. 스페인에서 첫 상그리아를 주문했는데 평범한 모양의 잔에 얼음과 과일이 잔뜩 들어있었다. 운이 좋게도 상그리아를 받았을 때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일어나서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상그리아를 한 모금 마시니 성을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것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히브랄파로 성에서 보이는 말라가의 항구와 도시
우연히 만난 말라가 재즈 페스티벌을 즐기다.
히브랄파로성을 내려와서 숙소로 돌아가서 오후의 휴식을 취했다. 저녁을 요리해서 먹은 후 재즈 공연 시간에 맞춰서 메르세드 광장으로 다시 갔다.
광장 주변에 있는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서 상그리아를 마시며 공연을 관람할 생각이었다. 가장 바깥쪽은 빈자리가 없었고 한 줄 안쪽 자리는 손님들의 목소리 때문에 음악이 들리지 않았다. 공연을 보기 위한 나와는 달리 카페 안의 사람들 대부분은 음악소리보다는 서로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무대 앞쪽에 의자를 놓아서 만든 관객석으로 이동했지만 빈자리가 없어서 뒤에 서서 음악을 들었다. 중간에 간혹 빈자리가 보였지만 물어보면 대부분 마실 것을 사러 가거나 화장실을 갔다고 했다. 공연이 중간정도 진행되었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떠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재즈 공연은 인천이나 부산의 카페에서 본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상당히 수준 높은 연주로 들렸다. 피카소가 태어난 집 앞의 광장에서 재즈 공연을 즐기는 말라가의 밤은 계획에 없던 즐거움을 주었다.
메르세드 광장의 재즈 페스티벌(토리호스 기념비 앞의 무대)
재즈 공연의 즐거움을 간직한 채 말라가의 둘째 날이 마무리되었다.
『 말라가 대성당 미사와 투어 (2023년 11월 기준) 』
말라가 대성당 미사와 투어 시간 (마지막 입장은 폐장 45분 전까지 가능) 자세한 정보는 말라가 대성당 홈페이지(https://malagacatedral.com)에서 확인하면 된다.
입장료는 일반 성인은 10유로이며 나이에 따라서 4~9유로로 다양한 요금이 있다. 월요일에서 토요일 8시 30분에서 9시까지, 일요일 8시 30분에서 9시 30분까지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2024년 8월부터 요금이 인상된다고 한다.
『 히브랄파로 성과 알카사바의 관람 안내 (2023년 11월 기준) 』
알카사바와 히브랄파로 성의 관람료
기본
한 곳만 관람 3.5유로
두 곳 모두 관람 5.5유로
단체
한 곳만 관람 2.5유로
두 곳 모두 관람 4유로
할인
한 곳만 관람 1.5유로
두 곳 모두 관람 2.5유로
무료 :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6세 미만, 안달루시아의 날, 유럽 문화유산의 날
알카사바와 히브랄파로 성은 내부에서 연결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