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을 보기 위해서 니콜라스 전망대에 다시 오르다.
그라나다의 숙박은 호텔에서 2박과 게스트하우스의 1박을 예약했기 때문에 3일째 아침에 숙소를 옮겨야 되었다. 체크아웃 전에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러 다녀오기로 했다. 전날 아침에 본 조깅하는 사람들처럼 아침 일찍 알바이신 지구를 산책하고 어제 야외 테이블이 꽉 차서 그냥 지나친 골목길의 카페에서 모닝커피도 마실 생각이었다. 위치를 검색해 보니 그 카페의 이름은 Café 4 Gatos였고 아침 8시 30분에 문을 연다고 나와 있었다. 그라나다의 11월 중순 일출 시간은 약 7시 50분으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카페에 들르면 되었다.
먼저 골목길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서 니콜라스 전망대에 도착하니 먼저 와서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몇 명이 보였다. 일출 시간 전이지만 7시 30분이 되니 벌써 밝아지기 시작했다. 니콜라스 전망대의 남쪽에 알함브라가 있었기 때문에 알함브라 뒤쪽에 있는 산 위쪽부터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산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밝아지고 나니 해가 보였다. 알함브라는 역광으로 인해서 어둡게 보였다. 내가 기대했던 일출은 아니었지만 여명이 밝아오는 그라나다를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전날 알함브라를 다녀오고 나니 이번에는 어디가 나스르 궁전이고 어디가 알카사바인지가 눈에 보였다.
Café 4 Gatos가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서 전망대에서 내려왔다. 내가 첫 번째 손님이었기 때문에 골목 사이로 알함브라가 가장 잘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어제 간 전망대 바로 앞의 카페와 달리 여기서 보이는 것은 알카사바 일부만 골목사이로 보였지만 알바이신 지구 골목의 돌길 위 야외 테이블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뒤에서 아침 태양이 비치는 알함브라, 알바이신 골목의 카페, 카페에서 보이는 알함브라(알카사바)
가성비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하다.
호텔로 돌아와서 체크아웃을 하고 다음 숙소로 이동했다. 2시간 이후에 체크인이 가능해서 가는 길에 있는 카공이 가능한 카페 Oteiza Coffee One에 들렀다. 카페를 '고품질 커피와 현대식 공간(specialty coffee shop and contemporary space)'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는데 Digital Nomad에 적합하다는 후기가 많았다. 유럽에서 많이 보이는 노천카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신상 카페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라나다의 카공이 가능한 스페셜티 카페
체크인 시간이 가까워져서 게스트하우스 Casa de la Alegría로 갔다. 니콜라스 전망대와 알함브라를 20분 이내에 걸어서 갈 수 있어서 위치가 좋고 깨끗하다는 후기가 많아서 선택을 한 곳이었다. 위치와 후기에 비해서 숙박비가 매우 낮았는데 입구에 도착을 해서 그 이유를 알았다. 건물의 전면을 가림막으로 가리고 공사 중이었다. 외부와 달리 숙소의 내부는 사진과 후기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여서 만족스러웠다. 나는 잠만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세비아로 떠날 것이어서 창이 없는 가장 싼 방을 예약했는데 어차피 공사 때문에 창밖을 보기가 어려워서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사용하는 공용 욕실과 주방이 있었고 무료 조식으로 토스트와 커피 등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하루 밤을 머물러 보니 공사가 아니었으면 그 가격에 머물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가성비가 좋았다. 그리고 호스트는 항상 숙박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전날부터 WhatsApp (왓츠앱) 메신저로 안내 사항을 알려주었고 질문을 하면 정말 빠르게 답을 주었다. 그날 밤 10시가 가까워지는데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서 왓츠앱으로 주변에 클럽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럴 리가 없다며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즉시 답이 왔다. 잠시 뒤 연락이 와서 1층 갤러리에서 대규모 파티를 하고 있는데 10시까지만 음악을 틀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10시 이후에도 음악소리가 들리면 경찰에 신고를 하겠으니 알려달라고 했는데 정말 10시부터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외관은 공사 중이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이용했지만 깔끔한 내부와 친절한 주인 때문에 만족도가 높았던 숙소
이런 에피소드 이외의 숙소에 대한 소개는 내가 머문 다양한 숙소들과 함께 별도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라나다에서 '다시 가기'로 여유시간을 보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주변에 갈만한 곳을 검색해 보니 여러 곳의 유명한 타파스 바와 플라멩코 공연장 두 곳이 나왔다. 타파스 투어는 그라나다에 도착한 날 이미 하였기 때문에 플라멩코를 보기로 하고 티켓을 예매했다. 두 곳 모두 후기는 대부분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는 시간이 너무 늦지 않고 숙소에 조금 더 가까운 Tablao Flamenco La Alborea Granada을 선택했다.
공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어제 알함브라에서 급하게 보고 돌아온 니콜라스 5세 궁전을 다시 보러 갔다. 무료입장은 그대로였으나 미술관의 일부를 막아두어서 그림을 모두 볼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어제보다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돌아보았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유명한 타파스 바를 보니 휴식 시간인 곳이 많았고 문을 연 곳은 사람들로 꽉 차서 줄을 서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숙소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가 없어서 그라나다의 첫날 타파스 투어 때 들렀던 'El Fogón de Galicia'에 가서 뽈뽀(pulpo, 스페인식 문어 요리)를 먹었다. 먹기 알맞은 크기로 요리된 큰 문어는 씹기에 아주 부드럽고 적당하게 간이 되어 있었다. 빵이 같이 나와서 별생각 없이 같이 먹었는데 계산할 때 보니 빵 값은 별도로 추가되었다. 스페인에서는 메인 요리를 시키면 추가 금액이 발생하는 빵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빵을 원하지 않으면 주문할 때 미리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나바스 거리의 야외 테이블에서 먹은 뽈뽀
저녁을 먹은 이후에 일몰을 보기 위해서 니콜라스 전망대에 한번 더 올라갔다. 아침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붉은 해가 넘어가면서 그라나다의 밝은 갈색 지붕들 위로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석양이 비친 알함브라의 모습은 아침의 여명보다 더 아름답게 보였다. 일몰 시간에 맞춰서 알함브라의 조명이 켜졌지만 아직 그라나다는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았다. 조금씩 더 어두워지면서 조명에 비치는 알함브라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났다. 더 오랫동안 있고 싶었지만 플라멩코 공연시간이 가까워져서 전망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위에서부터 그라나다의 일몰, 석양에 빛나는 알함브라, 조명이 비추는 알함브라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다시 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여행지에 머무는 동안 여유가 있다면 한번 가본 곳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다른 시간대에 다시 가보는 것도 큰 즐거움을 주는 경험이 되었다.
그라나다에서 처음으로 플라멩코 공연을 직접보다.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골목길의 끝에 플라멩코 공연장인 Tablao Flamenco La Alborea Gran이 있었다. 공연 시간 20분 전에 미리 도착해서 핸드폰에 다운로드한 티켓을 보여주고 들어갔다. 좌석은 구역에 따라서 요금이 달랐으나 지정석은 아니었다. 관람권을 보여주면 해당 구역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오른쪽 측면의 자리였지만 무대가 가까워서 플라멩코 댄서들의 표정까지 잘 보이는 곳이었다. 미리 도착하는 순서대로 표에 해당하는 구역의 좋은 자리부터 주는 것 같았다. 공연 시작 직전에 도착한 사람들은 객석 맨 뒤쪽의 자리로 안내되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기타 소리가 먼저 들렸다. 어제 아침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들었던 기타 연주 버스킹이 떠올랐다. 스페인 음악을 배운 적이 없었지만 왠지 스페인 음악일 것 같은 기타 연주였다. 다음은 기타 연주에 맞춰서 여성 무용수가 플라멩코를 추었다. 마지막에 크고 화려한 손동작과 함께 점점 더 빠르게 발을 굴리다가 딱 멈추었을 때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후 공연은 여성 무용수, 남성 무용수, 기타 연주자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기타 연주에 맞춰서 남녀 무용가가 함께 플라멩코를 추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공연을 마쳤다.
기타 연주와 춤으로만 구성된 2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갔다. 분명히 좋은 공연이었지만 일부 후기에서 말하는 것처럼 눈물이 날 정도의 감동이 오지는 않았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부채춤을 본다면 지금 나와 비슷한 느낌일 것 같았다.
왼쪽 위에서부터 플라멩코 공연장이 있는 건물, 골목 안쪽의 공연장 입구, 플라멩코 무대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거리는 어두웠다. 다음날 아침 일찍 세비아로 떠나기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1층의 음악소리가 멈추고 바로 잠에 들면서 '다시 가기'와 '처음 보기'가 함께한 그라나다의 셋째 날이 지나갔다.
『 스페인에서 플라멩코 공연 보기 (2023년 11월 기준) 』
그라나다와 세비야 여행 시 플라멩코 공연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라나다의 플라멩코는 동굴에서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과 무대를 갖춘 소극장 규모의 공연이 있다. 동굴 플라멩코와 무대 플라멩코 모두 그라나다의 여러 곳에 공연장이 있다. 어느 도시에서 어떤 종류의 공연을 어디에서 볼 것인지 등의 선택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전에 한 번도 공연을 보지 않았다면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말고 여행 경로에 맞는 곳에서 한 번쯤 공연을 볼 것을 추천한다.
공연 예매는 국내 또는 해외의 티켓을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구매를 하면 된다. 어디서 구입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 구글맵에서 플라멩코를 검색해서 나오는 공연장의 위치를 선택하면 해당 공연장의 홈페이지 또는 티켓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나온다.
Tablao Flamenco La Alborea Granada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티켓 구매를 진행하면 마지막에 결제는 티켓 판매 사이트인 GetYourGuide로 연결이 되었다. GetYourGuide는 유럽에서 여러 가지 공연, 가이드 투어, 체험활동 등을 예약할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