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나도
베개는 그대로 둬봤어
굳이 치울 필요 없잖아
베개는 하나면 되는데
왜 이렇게 공허해
그냥 치울까
아니야
그냥 둘래
굳이 치울 필요 없잖아
불이 꺼진 방
내 눈을 보며 잘자라 말해주던
자장가 같은 너의 눈빛이 필요해
허전한 침대 한 자리
언제 와
보고싶은데
안고 싶다
아무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의 뒤척임이 필요할 뿐이야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기척만 내줘
내가 안심할 수 있게
이 마음이 아침까지 여전할진 모르겠지만
지금 나의 밤에는 네가 필요해
어서 이 베개에 누워
내게 잘자라 말해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줘
찬 공기가 지날 때쯤
똑똑 철문에 반가운 소리
역시 치우지 않길 잘했지
네가 다시 올건데
굳이 치울 필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