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익어가는 밤

당신의 저녁은 잘 익었나요?

by 노푸름

저녁이 익어간다


낮동안 쌓인 먼지와 잔여물들을

솎아내고


깨끗이 정돈된 쌀알로

밤을 짓는다


밤이 익어가는 냄새는 날마다

다르다


하루는 따스한 냄새가

코를 감싸고


또 하루는 탄 냄새가

코를 찌른다


잘 됐든

못 됐든

오늘도 밤은

나의 굶주린 마음을 달래준다


저녁 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떠오르는 갖은 상념들


"진짜 재밌었었어."

"속상하다. 그러지 말걸......"

"또 보고싶다."

"내일은 이렇게 해보자."


오롯이

나만을

비춰주는

저 달 덕분에

절로 내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 밤


이런 밤이 있어

나도 모르는 '나',

오늘 모른체 지나쳤던 '나'를

하나 알아갑니다


당신의 밤은 어떤가요

무심코 거르진 않았나요?


영화 비긴어게인의 주인공처럼

우리에게 하루를 더 살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우리 모두에겐

오늘 하루를

바라볼 수 있는

밤이 있죠


오늘 저녁,

당신의 밤을 지어보세요


조용하게 익은 밤에

당신을 들여다 보세요


오늘의 당신을

오늘의 마음을


절호의 시간입니다

방해받지도

구애받지도

않을테니까요


밤이 가고 꿈이 오는 게 아쉽습니다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어요

안온한 기운이 감도네요


오늘 저의 밤은

잘 익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