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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Nov 16. 2019

연약한 포옹

살며시 내 어깨에 감싼 두 팔. 영원히 놓지 않았으면.


의사는 할머니에게 해열제와 항생제를 투여했지만 약이 듣지 않는 듯했다. 할머니는 여전히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셨다. 할머니의 숨을 누군가가 빨아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할머니는 숨을 헉헉대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계셨다. 나는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졌다. 내 손길이 느껴지면 할머니가 조금은 안정을 찾을까. 검버섯을 닳도록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할머니는 누우면 호흡기가 눌려 숨쉬기가 힘들어 하셨다. 앉아서 편하도록 침대 등받이를 직각으로 세워놓았다. 할머니는 얼마 남지 않은 공기로 말했다.

“푸름아. …여기 나 좀 올려줘라.”

침대 밑으로 내려가는 몸을 위쪽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할머니의 파리한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내 쪽으로 당겼다. 그 순간 내 팔에 힘이 풀려버렸다. 엉겁결에 할머니가 내 품에 안겼다. 다시 올리려고 하는데, 할머니는 내 목을 팔로 감싸 안았다. 갑자기 서로 껴안고 있는 엉뚱한 상황이 됐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할매, 나를 안으면 어떡해.” 언제나처럼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도 손녀의 애교가 우스운지 작게 웃었다.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웃었다.      


1초에 한 숨을 내 쉴 때마다 할머니는 엄청난 힘을 쏟고 계셨다. 그 모습은 할머니가 건강해질 거란 희망을 난도질했다. 도저히 볼 수가 없어 병실을 나왔다. 마음이 아파도 병실을 지켜야 했지만 견딜 수 없었다. 자책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TV를 키고 에어컨을 틀었다. 피곤해 눈을 감았다. 할머니가 보였다. 경관식을 꽂고 숨을 헐떡이고 있는 늙은 내 사랑. 내 온 몸을 비트는 고통이 느껴졌다. 이대로 내 영혼이 가루가 되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고통스럽지만 할머니 숨소리라도 더 듣고 싶어졌다. 내일은 할머니를 좀 더 일찍 찾아가 봐야겠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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