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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Aug 07. 2020

무른 걸음

당신의 마음이 온종일 평온하길

가녀린 바람에도

휘청이는

나의 무른 걸음


내 발이

밉다가


발자국을

지우고 싶다가


끝내

내 두 다리를

자르고 싶어져


얼마나 고됐길래

그 반짝이던

첫걸음마를

열심히 달려온

두 다리를 자르고 싶을까


두 다리에 얼굴을 묻는다


너 참 소중하다

너 참 좋다

너 참 잘했다


내 몸 구석구석

쓰다듬고 안아준다


세상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별 쓸모 없다 생각한

나의 두 다리에게

사과하고


증오했던

그들의 무른 걸음을

연민했다


뭐 그렇게

잘못했다고

나를 혼내고

내몰았을까


얼마나 고생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데


두 다리를

어루만져주며

힘내보자 한다


오랫동안

잠을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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