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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Sep 23. 2021

그런 사람으로서의 가을


얇은 긴팔로는 부족한지 찬 기운에 움츠러든다. 도톰한 후드티를 걸쳐야지만 허전한 마음에 단추가 채워진 느낌이다. 반바지 파자마를 입고 쇼파에 누우니 쌀쌀한 기운이 다리를 감싼다. 담요를 찾게되는 계절이 온 것 같다.


벌써 가을이라니, 벌써 2021년이 삼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길 바랐건만 해마다 10월이 오면 이렇게 빨리 가길 원한 건 아니었다며 뒷걸음질 친다.


가을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당돌한 바람이 반갑다가도 내가 무서워하는 겨울의 복선이라는 사실에 섬짓하기도 한다. 왔다갔다 마음이 너울친다. 그러다가도 너의 반달 같은 웃음을 보면 나의 불안은 잠잠해진 바다처럼 고요하다.


서점 하나가 문을 닫는다는 아쉬운 소식을 들었다. 늦었지만 문 닫기전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이 좋은 서점이 왜 문을 닫을까.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현실 앞에 나의 동정은 한 푼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대신 희망의 응원을 담아 책 한권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서점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무력한 나는 또 책을 사랑할 뿐이다.


마음이 헛헛할 때는 어떤 음식도 당기지 않는다. 그럴 때, 내게 극약처방이 있다. 입이 따스해지는 온도로 우린 차와 삿포로에서 사온 예쁜 접시에 담은 촉촉한 카스테라는 만병통치약이다. 그렇게 한모금, 한입 먹다보면 어쩐지 내 입에 비단을 깔아주는 느낌이 들어 기분도 좋아진다. 혼자 사는 나에게는 손님에게 차려주는 것처럼 근사하게 먹는 게 헛헛한 마음에 조금 위안이 되나보다. 조금 더 바지런하게 차려먹자고 작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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