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아무리 찾아봐도 그대 떠날 이유 없는데

by 노푸름

그때였나


나를 보던 눈빛

분명 햇살이던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본 건 그저

섬광이었나


그때였나

나를 보며 짓던 웃음

분명 순수한 아이이던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본 건 그저

때 묻은 어른이었나


그때였나

나에게 건넨 손길

분명 조심스러웠던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받은 건

잔인한 동정이었나


그대 마음 뜬 곳 어디쯤일까

없어져서는 안 될 것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울며

불며

소중한 추억들이 든

서랍 속을 헤집는다


언제부터야

도대체

내가 언제부터 싫은 거였니


허겁지겁 들춰내 볼수록

행복했던 웃음은 일그러지고

버려진 내 모습도 녹아내려


무참한 진실에

남은 정이라도 다 떨어져

생각이 안 날 만큼 미워졌으면 좋겠지만


떠난 이 그리워하는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린 이별마저 사랑할 수밖에 없고

떠난 추억을 미워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정말 좋았잖아

아플 거 없어

뿌리치지 마


기억해도 좋아

추억해도 좋아

그것들에 웃어도 좋아


좋았던 시간은

두고두고

소중하게 두고


내가 이만큼 사랑받았다고

내가 이만큼 사랑했었다고

두고두고 새겨두자


다시 이만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다시 이만큼 사랑할 수 있다고

다짐해


아직일 뿐이야


매거진의 이전글자각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