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가장 이기적인 것
또한 가장 이타적인 것
일종의 설득
일종의 자위
또 집착
가장 자기 다울 수 있는 곳
어쩌면
지독하리 만큼 자신을 숨겨야 하는 곳
상상을 뛰어 넘는 마법
혹은 고집스런 죄악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감정
그 무구한 차이를
아프지 않게 이어주는 연골
서러운 삶
그곳에 고인 눈물을
닦아 주는 축축한 손수건
절정에 오른 절망의 시간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을 때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을 때
내가 말하고 싶었던 마음을
선명하고 또렷하게 적은 시를 보며
다시 입을 열 용기를 내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부릅떴을 때
촌스러워 보이는 책 한 권 골라 읽다
눈을 감고 그 세계와 하나 되어보고
낯선 설렘이 반짝이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나지막히 내뱉는 환희
지금 내 눈에 띄면 그게 무엇이든
마음껏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이 계절의 희열을 느끼게 해준
글
글이 있는 이 순간
희망이란 두 글자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아로새길 수 있는
펜 하나만은 쥐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