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의 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가 실의에 빠져있던 20대 중반에 쓴 시다. 그는 변변한 직업도 없었고, 당시 문단에서 인정도 받지 못했다. 대학에서 학위도 받지 못하고, 질병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시인은, 사람들이 적게 간 길(시인)을 택했고, 결국 그 선택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아쉬워한다. 자신의 선택이 아름다운 것이었음을, 그리고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믿지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과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도, 프로스트는 젊은 시절의 방황과 실의를 극복하고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되었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말했다. 인생은 태어나서(B) 죽을 때까지(D) 선택의 연속(C)이라고. 선택은 필수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갈 때 안정감을 느낀다. 혹시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와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데 대한 두려움으로, 대게는 남들이 가는 길을 쫓아간다. 남들만큼 하면 중간은 간다는 평균의 법칙을 벗어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우리는 의무교육을 받는다. 실업계 고등학교의 실무교육, 취업 교육이 늘어나 조기 취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제도는 있을지언정, 기본적으로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평균적인 사회인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내 주변을 봐도 모범생들만 넘친다. 조금 더 잘된 친구는 전문가, 지성인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지만, 대게는 직장인이라는 별다른 특징 없는 '대명사'로 불린다. 자기 삶에 만족한다고,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냐며 스스로 자위도 하지만, 술 한잔 후 드러내는 속내를 보면 아쉬움이 많다.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 여기서 길러내는 인재는 분명 우리나라의 강점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유독 젊은이들이 남다른 길을 가는 걸 격려하지 않는다. 아직도 평균의 법칙이라는 낡은 사고방식이 우리의 의식에 깊게 자리 잡고 있고, 혹자는 각 분야의 ‘혁신’은 소수의 천재적인 사람들에 의해서만 가능한 거라고 판단하며 도전을 회피한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과,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것 중 어떤 것이 후회되지 않는 삶이냐고 물어본다면, 정답은 후자다. 자신을 흥분시키는 일이 있으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해야 성공이 가능하다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고 창업을 독려하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도전 그 자체를 높이 평가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안고 산다. 때로는 하늘의 별도 바라보고, 곁눈질도 하지만, 두 발은 항상 땅을 딛고 살아야 하는 리얼리스트다. 그동안 남들이 많이 가는 길을 걸어왔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 앞엔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 100세 시대,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안정적인 삶이라 해도 기껏해야 60을 넘기지 못한다. 언제까지나 실패 없는 길을 간다는 보장이 없다.
요동치며 어긋나는 청춘 vs 모나지 않으면서 주변과 차분하게 잘 어우러지는 인생길 중 정답은 없다. 어떤 삶을 지향하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 내지는 궁금증은 남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지나온 길이 아닌, 내 앞에 놓인 길이다.
두려움이 더 커지기 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과거의 인생길이 풀이 무성한 길이었다면, 앞으로는 낙엽 길도 걸어봐야 한다. 남들이 규정짓는 성공과 실패의 잣대를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기꺼이 진행할 때 비로소 흐뭇한 미소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가 아닌 꿈을 좇는 과정에 즐거움이 있다. 훗날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묘비명만은 절대 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