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낭만의 유효기간은 짧다

by 임요세프

애지욕기생(愛支欲氣生),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끔 만든다. 그러나, 사랑은 보통 소유욕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내 곁에 늘 두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사랑에 이끌리게 되면 황량한 사막에서 야자수라도 발견한 것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다가선다. 그리고 금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낭만적 연애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진정한 사랑은 낭만적 연애기 그 이후의 일상에서 확인된다.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에세이 같은 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통해 사랑 이후의 모진 현실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한다. 기혼자들에게는 "아, 나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사는 건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초창기 낭만적 연애는 언제나 불안하고,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도 같아서, 우리를 항상 긴장시키고 잠 못 들게 만들지만, 그런 떨림과 호르몬 작용이 수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그것 또한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불꽃 튀는 사랑의 눈꺼풀이 벗겨지고 나면, 끔찍하리만큼 현실적이고 처절한 일상이 찾아온다. 청소, 빨래, 카드값, 양육, 바람... 배우자에 대한 실망과 아픔의 연속이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오기도 한다. 한 발만 더 나가면 남남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세상이 무너지거나, 자기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불완전한 남녀의 관계, 부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게 된다. 관계의 위기를 겪고 난 후에야 비로소,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도 커지고, 스스로 잘못도 인정하게 되고, 이기적인 모습을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낭만적 연애 단계에서는, 자존심 상하고, 상대방이 떠나갈 것 같아 말하지 못한 당신의 아픔들이, 낭만적 연애가 끝난 후, 별 볼 일 없을 것 같은 일상에서는 고백과 참회만으로 치유될 수 있다. 카드가 연체되거나, 직장에서 해고 위기에 처했거나, 매출이 반토막 났거나, 건강검진 재검 요청을 받았을 때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고백하면 된다. 잠시 혼날 수는 있어도, 그걸로 충분하다.


처음의 사랑은 욕망에 불타고, 불완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점점 진화한다. 완전한 사랑이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이걸 ‘사랑의 사다리’로 표현했다.


진정한 사랑은 낭만적 연애의 유효기간이 다 되어갈 무렵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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