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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Mar 26. 2021

명상과 달리기, Day 341

유한계급의 오후.

### 명상과 달리기 Day 341

2021년 3월26일 금요일

새벽 명상, 점심 달리기, 해질녘 책읽기. 


4시 30분에 눈을 번쩍 뜬 뒤 처음 한 일은 지난 밤 잠들기 전 휴대전화의 음성메모 앱에 녹음해둔, '내일의 나에게 보내는 음성편지'다.


"잘 잤니...? 우선 물을 마시고, 영양제를 먹고, 세수를 한 뒤 명상을 해."


등등.


냉장고 앞에서의 15분 명상 중에는 내 몸보다 밖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해보려 애를 쓴다. 몸이 단단하게 바닥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상상하며, 코에서 단전으로, 이후에는 기관지를 드나드는 호흡을 인지하며 귀를 열어본다.


일을 그리 많이 하지 못했지만 어느새 훅 지나가버린 오전을 뒤에 둔 채, 정오의 달리기를 위해 차근히 준비를 해보기도 한다.


리듬을 깨면서까지 밤샘 작업을 하며 생각했던 건, 금요일 오전이면 소규모 '크런치 모드'를 마감했을 거라는 착각이었다. 바쁜 일주일을 보낸 스스로에 대한 축하 인사를 예상하며 식당을 예약해둔 것.


일은 끝나지 않았지만, 예약해둔 식당에는 가야하겠고 - 오전 근무를 끝낸 뒤 달리기도 해야만 하겠다. 그리하여,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입고 달리기.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기온과 햇살은 '덥다'는 느낌을 자아낼 정도다.


금요일 오전이면 '마감의 마감'이 끝날 거라는 확신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의 마음으로 임해야 할 금요일 오후를 유한계급leisure class처럼 보내고야 마는데...


달리기를 한 뒤 예약해둔 식당에 가서 한 시간이 넘게 초밥을 먹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된 전시장을 부랴부랴 찾아가 한참 전시를 본 뒤에서야 다시 일터로 돌아와 잠시 일을 하다가 책 더미에서 한 권을 집어든다.


글쓰기 작업을 위해 학습 중인 [블록체인 시대의 법과 제도: 코드가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는 법률 서적임에도 오늘날의 세계에 대한 통찰을 안겨주는 문장 투성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송금 네트워크는 거래들을 조율하기 위해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이용하고, 한 무리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지역 은행 창구직원으로 변신시킴으로써 중앙화된 매개자를 우회하고 있다." (111)


하지만,


"1971년 10월 하순에 한 무리의 학자들과 기술자들이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 모여 회의를 가졌다. 그들이 부여받은 임무는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소련의 비밀경찰 KGB를 감시할 프로그램을 고안하는 것이었다. ... 그들이 구상한 것은 지급을 확인하고 추적할 수 있는 '전자 자금 이체 시스템'이었는데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는 눈에 띄지 않는 최고의 감시 시스템이었다. (117-118)


어떻게 살아야 하나. 우선은 다시 리듬을 찾고, 남은 마감을 마감하는 것부터 챙기는 수밖에.


* 오늘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15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41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년 9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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