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힘.
### 명상과 달리기 Day 361-62
2021년 4월 15일 목요일, 16일 금요일
새벽 명상 - 점심 무렵 달리기, 새벽 명상 - 달리기.
일이 바쁜 시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에, 달리기를 위한 타이밍을 가능하면 당기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
점심 시간의 달리기는 어땠더라. 불과 하루가 지났음에도 기억이 가물거린다. 바람이 유난히 차가운 목요일 점심 시간의 달리기는 차라리 산책에 가까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지를 이동하는 대신 언덕을 올랐다는 것. 평소처럼 산으로 올라가지 않고 주택가의 가파른 언덕을 한 바퀴 돌아 이동했다.
몇 년째 맑은 날이 없었다는 4월 16일 아침엔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촉촉하게 젖은 길가를 보고서 아침 달리기를 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5시쯤 작업실에 출근을 해서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가, 6시에 잠시 바깥 공기를 쐬고선 곧장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달리기를 한 것이다.
며칠만에 올라간 산은 놀라우리만큼 녹색이 우거졌다. 이렇게, 아침의 달리기를 향한 리듬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일까?
오전 5시쯤 작업실에 출근하는 리듬으로 이행중인 매일의 리듬을 생각해보면 -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오전 4시에 일어난다.
2. 지체없이 준비, 이동하여 4시 30분~5시 사이 작업실에 도착한다 (러닝복 차림으로?).
3. 한 시간 가량 집중해서 해야 할 일에 임하고,
4. 6시 경 달리기에 나선다.
5. 30분 가량 달리고, 귀가하여 지체 없이 샤워를 한 뒤 곧장 다시 출근한다.
상세 사항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순서sequence에는 큰 변화가 없을지 모른다.
혹은,
1. 오전 4시에 일어난다.
2. 명상에 이어,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거리를 처리한다.
3. 5시경 달리기에 나서고, 6시 쯤에는 출근할 준비를 마치고 이동한다.
4. 6시 30분 전 출근해 곧장 일을 시작해본다.
4월 15일과 16일의 책은 각각 [관료제 유토피아]와 [기록의 힘: 기억, 설명책임성, 사회정의]다.
“학계가 별난, 훌륭한, 비현실적인 사람들을 위한 사회의 피난처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아니다. 이제 학계는 전문적으로 스스로를 판매하고자 하는 이들의 영역이 되었다. 별난, 훌륭한, 비현실적인 사람들에게 학계는 아마 그 어떤 자리도 배려해주지 않을 것이다. ([관료제 유토피아] 201)
무엇을 보아도 미술계를 비추어 생각해보는 습관에 따라, 이 말을 통해서도 미술계에 관해 생각해본다. 미술계 역시 “전문적으로 스스로를 판매하고자 하는 이들의 영역”이 되었을까? Increasingly so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1632년 베니스공화국의 트레비소의 발다사레 보니파시오는 아카이브즈와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열띤 발언을 남겼다.
“[잘 분류 조직된 문서와 기록은] 해군 공창보다 훨씬 더 낫고, 화약공장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바 이는 폭력보다 이성으로 이기는 것이 그리고 불의보다 정의로서 이기는 것이 더 훌륭하기 때문이다.” ([기록의 힘] 109)
그리하여, 7년 전 오늘을 생각해본다. 오픈을 얼마 남기지 않은 전시를 준비하느라 책상에 앉을 새도 휴대전화를 확인할 시간조차 없이 바빴던 그 날, 점심시간에 잠시 들른 사무실 컴퓨터 화면에 떠 있던 포털 웹사이트에서 “전원 구조”라는 말을 스치듯 보았다.
귀가를 한 것은 아마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이었을텐데, 밤이면 불빛 하나 비치지 않는 창문앞에 두었던 서재 책상의 컴퓨터를 켜고서 그때서야 하루 사이 있었던 뉴스를 확인했다.
그 이후 1년 가량은 종종 이유없이 눈물을 흘렸다. 일하던 미술관이 광화문 광장 바로 앞이라, 매일 아침 출근하는 길이면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광경이 있었다. ‘기억’을 소주제로 했던 전시는 짙은 검은색으로 만든 배너를 광화문 사거리에 내건 덕분에 한동안 미술관 데스크에 ‘애도의 의사를 표하는 것이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 오늘도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25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51-62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년 29-3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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