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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Apr 22. 2021

명상과 달리기, Day 367

평양냉면과 달리기.

### 명상과 달리기 Day 367

2021년 4월 21일 수요일

새벽 명상, 저녁 달리기, 책읽기.


오전 여섯 시 반 쯤 시작한 일정을, 오후 네 시 쯤엔 잠시 접어두고 을지로의 어느 전시장으로 향했다.


(나중에서야 SNS에서 우연히 발견한 포스팅 덕분에 비치해둔 인쇄물이 다 떨어진 것임을 알았지만), 전시장에는 작업에 대한 설명도,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텍스트도 없었다. 그렇다면 인터넷 검색은 어떨까?


검색엔진 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과,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뿐. 이것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는 찾을 도리가 없다.


여기서 다시 생각해보자. 전시라는 것은 애시당초 무엇을 위해서 개최하는/되는 것인가. 작가에게, 관객에게, 기획자에게 전시라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혹은 오전 6시 30분이 일정을 시작해 아직 한 가득 일을 남겨둔 상태에서 시간을 쪼개 전시장을 찾은 나에게, 이 경험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쨌든, 을지로3가역 인근의 냉면집에서 올해 첫 (평양)냉면을 먹으면서, 오늘 명상과 달리기 노트에는 꼭 “평양냉면과 달리기”라는 제목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한다.


외출하러 집을 나설 때부터 절반 가량은 러닝복 차림을 (긴 바지 안에는 러닝 쇼츠와 압박 양말을, 백팩에는 갈아입을 러닝용 상의와 모자를, 신발은 이미 러닝화를) 하고 있었다. 


냉면집 화장실에서 가볍게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올해로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조카는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냉면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해서, 9세 어린이와 함께 을지로 일대와 청계천변을 종종걸음으로 걷고 또 달려본다.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천변의 공공미술품 앞에 쓰인 작품 설명을 함께 읽어보기도 한다.


조카를 버스에 태워 보내고난 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해볼까? 냉면도 음식은 음식인지라, 지나치게 달리면 횡경막을 건드리는 통증이 있진 않을까 고민이 된다. (+ 눈앞에 보이는 따릉이의 유혹.)


배가 조금이라도 아파오면 달리기 대신 파워워킹을 하기로 마음먹고, 조카와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달리기를 이어나간다. 냉면 육수 섭취를 최대한 자제하고, 조카와 달리기를 할 때 페이스 조절에 애쓴 덕에 배가 엄청나게 아파오지는 않는다.


혼자서 달려 돌아오는 길에는 그 사이를 못참고 전자책을 ‘듣는다.’ 하루에 한 챕터씩. [싱크 어게인]은 어느새 제3장, “틀렸을 때 느끼는 기쁨 | 자기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않을 때의 희열”에 들어섰다.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남을 비웃고 나무란다.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에도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사람이면 자기를 비웃고 나무라는 일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비웃고 나무랄 때 비록 자기가 한 결정을 심각하게 다룰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을 심각하게 다룰 필요는 없다.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농담의 소재로 사용할 때 마음이 더 행복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내 의견이 아니다. 내가 맞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내가 바라보는 가치에 정합하는 진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심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개선하고, 다시 반복하기를 이어나가야 한다. 나아가야 할 길은 (아마도) 이것 뿐이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약 15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67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년 3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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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포스팅에 첨부하지 못한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을 함께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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