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Day 111.

비몽사몽非夢似夢이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시간.

by 박재용

### 명상과 달리기

2020년 8월7일 금요일 오전 8:22~9:14

15분 명상, 5분 준비, 32분 달리기.


15분 명상 가운데 분명 어느 부분에서는 다시 잠이 들었던 게 분명하다. 그러지 않았다면, 15분이라는 시간이 이토록 찰나의 순간처럼 느껴졌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비몽사몽非夢似夢이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시간. 최근 며칠, 잠이 완전히 깬다는 느낌이 들기 전까지 제대로 허리를 펴고 앉지 않았던 걸 생각한다.


작은 생수 병에 시원한 물을 따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지난 밤 잠들기 전에는 병에 물을 담아 미리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냉기가 생수병 속 공기가 줄어들면서 병이 안쪽으로 살짝 쪼그라들었다.


매미 소리를 들으며 집을 나섰지만, 밖에는 아주 옅은 비가 흩뿌리는 중이다. 다행히 레인재킷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누군가 분무기로 물을 뿌렸다 말았다 하는 것 같은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다.


일단은 아무 생각 없이 보폭을 늘려 걷기 시작한다. 이런 기세라면 언덕이 끝날 때까지 달리기가 시작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 달리기는, 가쁜 걸음으로 조금 숨이 차기 시작할 즈음 만난 다운힐로부터 시작한다.


팟캐스트 앱을 켜서 재생 버튼을 누르자 들려오는 이야기는, 오늘도 흥미롭다. 기억나는 것 한 가지는 어떻게 해서 미국판 생존 지원금이 한 주에 600달러로 결정되었는지의 근거. 코로나19 이전의 수입을 그대로 보전해줄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미국 각 주 대부분의 실업수당 관리 시스템은 아직도 1970년대의 COBOL 컴퓨터 언어로 만들어진 메인프레임을 사용 중이며, 코로나19 이전에 가장 큰 규모로 데이터를 처리했던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의 두 배 이상을 처리 중이다.


이미 과부하가 걸린 시스템을 개선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생각해낸 방법은 소득 규모와 관계 없이 모든 사람들의 소득을 바탕으로 산출한 평균값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주는 것. 그러니, 누군가는 평소에 벌던 돈 보다 훨씬 적은 돈을 / 누군가는 평소 수입보다 훨씬 큰 돈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평균을 유지할 수 있다.


귓가에서 들려오는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며 언덕을 내려와 집 앞 공원에 들어설 즈음, 그제서야 오늘도 적지 않은 양의 땀을 흘렸음을 알아챈다. 몸이 조금 뜨끈뜨끈하기도 하다. 물론, 이렇게까지 땀이 나는 이유는 습도가 아주 높은 날씨 탓이라고도 생각한다.


운동 후 몸을 식히며, 문득 생각한다. 내일은 아침 8시에 강원도 홍천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할텐데. 과연 내일 아침에도 달릴 수 있을까. 오늘 저녁에 예정되었던 일을 취소하고 아주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지 않을까.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는 18분이 걸렸다.

** 오늘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48일.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111일 째다.


* 위 내용은 뉴스레터 "명상과 달리기"를 통해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ailchi.mp/jaeyongpark/one-run-at-a-time

**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에는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메일링 발송이 가장 먼저. 그리고 하루 일과 중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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