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Day 119.

문득, 지난 해 여름 한 달 걸러 한 번 꼴로 들렀던 뉴욕에서...

by 박재용

### 명상과 달리기

2020년 8월 15일 토요일 오전 10:18~11:12.

10분 명상, 5분 준비, 42분 달리기.


저녁 식사와 그 뒤로 이어지는 자리에 참석하는 일은 아주 드문데, 어제가 그랬다. 이상적으로는 잠자리에 들었어야 할 시각인 11시가 넘어서야 귀가를 한 것. 잠결에 아주 세찬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일어나 숨을 고르고 밖으로 나섰을 때는 비가 거의 그친 상태다.


아주 옅게 흩뿌리다가, 잠시 멈추었다가, 또 다시 내리는 비. 낮지 않은 기온과 맞물려 모든 사물을 찜통에 넣은 것 같은 상태로 만든다. 마치, 달리는 소룡포가 된 기분이 든다. (문득, 지난 해 여름 한 달 걸러 한 번 꼴로 들렀던 뉴욕에서 먹었던 미국식 중국 만두들이 생각난다. 누군가 뉴욕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중국식 요리라고 답하지 않을까.)


광화문과 경복궁 방향으로는 광복절을 맞이한 대규모 성조기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에, 몸이 그리 가볍지 않음에도 인왕산으로 향한다. 이제 5개월에 이른 - 멈춤 없이 달린 지는 119일에 이르는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인데, 산등성이에서 중턱까지 안개가 낀 상태다. 하여, 달려 올라가야 할 언덕 위쪽으로부터 안개가 흘러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옅은 안개 속으로 달려 올라가 그 속을 달리자, 막상 눈 앞이 자욱한 느낌은 없다. 안개가 옅은 덕분이기도 할 것이고, 안개 속에서는 안개를 잘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스튜어트 홀이었을까. 4권으로 출간된 인류학 기본서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을) 중고등학생 시절에 줄 쳐가며 읽은 적이 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기억나는 건 이것밖에 없다. ‘사람은, 자기가 존재하고 속하고 있는 위치에서는 결코 제 위치를 제대로 인지할 수 없다. 나의 위치는 나를 둘러싼 것 외부에서 보았을 때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다.’


달리기를 마무리하며, 집으로 들어서는 즉시 땀에 젖은 반팔티셔츠의 무게를 측정해본다. 땀에 흠뻑 젖은 티셔츠의 무게는 건조된 상태의 무게인 100그램에서 정확히 두 배가 된, 200그램이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는 10분이 걸렸다.

** 오늘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56일.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119일 째다.


:-)
수명을 다해가는 아이폰6s의 카메라에 잘 잡힌 것 같지는 않지만, 안개낀 인왕산의 모습을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에 올려둘게요. 한 번 살펴봐주세요!



* 위 내용은 뉴스레터 "명상과 달리기"를 통해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ailchi.mp/jaeyongpark/one-run-at-a-time

**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에는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메일링 발송이 가장 먼저. 그리고 하루 일과 중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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