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목적은 무엇인가?
### 명상과 달리기
2020년 10월 2일 금요일 오전 7:40~9:41
10분 명상, 준비, 75분 산책과 자전거.
명상의 목적은 무엇인가? 초월 명상에 심취한 데이비드 린치는 명상을 거대한 무의식의 대양과 마주한 해변을 거니는 것과 같은 행위로 여긴 것 같다. 말하자면 정신을 채운 소음을 끄고, 잠겨진 무의식의 창고에 손을 넣고 천천히 휘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는 셈이다. 그렇다면 명상 과정의 어떤 상태 혹은 순간은 지향하고 이루어야 할 목적이 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써도 좋다. 정신을 고양하는 도구나 약물을 쓸 수도 있게 된다.
그렇다면 매일 아침 비몽사몽간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수행하는 짧은 명상의 목적은 무엇인가? 지금으로선, 별다른 목적을 갖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차분한 마음으로 호흡을 가다듬을 수만 있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 여겨보기로 한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걸 붙잡고 파고들기 보다 떠오르는대로 흘려보내는 것 말이다.
오늘은 하우스메이트 중 하나(?)인 고양이가 유독 자신과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는 신호를 강력히 발신한다. 주섬주섬,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서는 한참동안 고양이 등을 쓰다듬고, 귀를 마사지하고, 손을 깨무는 걸 그대로 두며 시간을 보낸다.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오롯이 고양이와의 시간을 보낸다. 일지 상의 분류에선 ‘Cat time’으로 기록하는 시간.)
고양이가 아닌 인간 하우스메이트와 최근 약속을 한 게 있는데, 7시 이후에 운동을 하러 나갈 땐 되도록 잠을 깨워 함께 움직여 본다는 것. 느지막이 일어난 오늘은 ‘원 포 올, 올 포 원’의 구호를 나직이 외치며 그의 신체가 가동될 때 까지 기다린다.
달리기 대신 자전거. 하우스메이트의 을지로 스튜디오에 가져다 놓을 짐을 자전거에 실어 함께 실어 움직여보는 게 어떨지 제안한다. 마침 집 근처 따릉이 스테이션은 자전거로 충만하다. 착착 짐을 챙겨 집을 나선 뒤 자전거에 싣고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 위에서 느껴지는 공기에 차가운 기운이 좀 서려있어, 달리기 복장에 얇은 재킷이라고 겹쳐 입었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추석 다음 날 아침인 오늘, 시내 거리엔 사람도 차도 드물다. 생각해보면, 도시를 막론하고 시내에서 거주했던 적이 대부분이라, 명절이나 긴 연휴에 한산한 거리를 즐기는 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떤 식의 향수를 자극한다.
오늘 아침은 왠지 모든 사물이 선명해 보인다. 이런 느낌은 공기의 밀도, 태양빛이 조사되는 각도, 온도의 변화에 따른 기류의 변화, 이 모든 것의 조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인왕산, 북악산 너머로 겹겹이 겹쳐보이는 산의 레이어 역시 너무나 멋져 보인다. 길가의 나무, 식물들은 한껏 가지와 이파리를 뻗어 빛과 공기를 흡수하려 애쓴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기억하는 것만큼 입체적이고 선명하지 않겠지만, 휴대 전화를 얼른 꺼내 카메라를 통해 이 순간의 풍경을 남겨본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16분이 걸렸다.
**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203일.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167일 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