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리드 재용은 왜 퍼블리와 함께하기로 선택했을까?
퍼블리는 격주마다 전사 타운홀 미팅을 합니다. 2주간의 성과나 레슨런드를 서로 공유하고, CEO와 리더 그룹의 발표를 통해 모두가 'On Time'하게 얼라인먼트를 맞추는 자리인데요.
타운홀 미팅의 주요한 코너 중 하나는 '나왜지일'입니다. 퍼블리와 함께한 시간이 오래된 리더 혹은 팀원이 '나는 왜 퍼블리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일하고 있나'를 회고한 내용을 공유해요.
'선택'은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보여 줍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인생의 기준, 추구하는 바 등이 복합적으로 묻어나기 때문이겠죠. 나왜지일 시리즈를 통해서, 동료가 왜 퍼블리에 합류하기로 선택했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껏 일하고 있는지를 들으면 그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좋은 동료가 되어 주고 싶어지기도 하죠.
나왜지일을 듣다보면, 퍼블리에는 참 멋있는 동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실감합니다. 그 사실을 자랑(!)하고 싶고, 동료들의 선택의 기준과 레슨 런드가 또 다른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오늘의 나왜지일은 테크 리드(Tech Lead) 재용의 발표입니다.
2021년 11월 3일 타운홀 미팅에서 발표된 내용입니다.
제가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하고, 배우며 느낀 것들 먼저 전반적으로 말씀 드릴게요.
처음에 병역특례를 지원한 첫 회사에 덜컥 합격했어요. 신의 아들로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동 웃음) e-러닝 콘텐츠 저작 툴 개발 업무를 맡아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 되게 부푼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입사하자마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한 달 동안 팀에 방치되어 있었어요. 출근해서 화분에 물 주고, 냉장고 얼음 채우고, 신규 입사자 오면 비품 챙겨주고, 킨코스 가서 제본하고, 이사님이 불러서 뭐 해보라고 하면 뭐 해보고, 그러면서 한 달 보냈던 것 같아요.
한 달 뒤에 팀장님이 출장 갔다 돌아오셔서 주신 업무가 ‘사업비 정산’이었어요. 그때는 그것도 좋더라고요. '뭔가 내가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저보다 6개월 정도 먼저 입사한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를 A라고 칭해보면, A는 이제 다른 파트로 가서 되게 큰 규모의 기여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쪽 팀 분들은 “우리 누구누구” 하면서 부둥부둥을 많이 해주고 있었고, A의 사수 분이 되게 철저하게 A를 키우기 위한 작업들을 하셨었어요. 그걸 보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나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내 밸류가 너무 낮은 것 같다. 회사가 키워 주지 않는다면, 써먹고 싶어질 때까지 한번 알아서 커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그 때부터 좀 열심히 했었던 것 같아요.
꾸준히 스터디하고 일감을 처리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저를 '1인분 하는 사람'으로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부터는 팀원들과 업무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교류를 많이 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 팀 분들이 각개전투에만 능한 스타일들이었고 주니어를 대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주니어를 키워야 될 지' 감이 안 잡힌 상태였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한 뒤로는 업무도 재밌었어요. 체계적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았지만 다 같이 머리 맞대고 고민하면서 서비스 방향을 결정하는 경험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 경험이 참 좋았어요. 2년 10개월을 함께 했고, 병역특례가 끝나서 학교를 복귀를 해야 했어요. 졸업하면 다시 합류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는데, 졸업하고 나니 여러 사정으로 인해 아쉽게도 팀이 없어졌어요.
이후에는 핀테크 회사에 입사하게 됐어요. 결정했던 이유는 우선 ‘핀테크 요즘 핫하지’라는 생각이 있었고, 경력상으로 더 이상 주니어도 아니었기 때문에 들어가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보여주겠다 했던 거죠. 그런데 이게 왠걸, 같은 팀원들이 저를 견제하는 거예요. 한 팀인데도 불구하고 프라이빗하게 회의하고 문서에 권한을 걸어놓고, 일 안 주고, 다른 팀으로 보내서 다른 팀 일을 도와주게 하교요. 이때 경험이 안 좋았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좋은 동료들은 있어서, 저도 견딜 수 있었어요. 힘들 때 서로 의지하고, 소주 한 잔 하면서 사는 얘기도 하면서 덕분에 잘 지나온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하나둘씩 팀원들이 자기 길을 찾아가게 되면서, 그동안 가려졌던 회사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졌고, 이후로는 회사 자체가 '극한의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곳이 된 거예요. 일도 딱 본인이 하려는 영역만 받고, 새로운 일이 들어와도 그건 내 영역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서로 안하려 하는 거죠. 함께 고민해서 일을 해결하기보다는 위에서 내려준 대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까 저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직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됐는데, 그때 한 친구가 저에게 제안을 줬어요. “너가 그 동안 얘기하던 것을 실현하는 회사야. 너랑 잘 맞을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요. 그 때 제가 이 친구한테 자주 얘기하던 건 “내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개발해서 서비스 내고 뿌듯할 수 있는, 즉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회사에 가고 싶다. 함께 효율적으로 일하고 개개인이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회사를 찾고 싶다”는 거였는데, 퍼블리가 그런 회사라고 해서 제안을 받아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퍼블리가 사랑하는 두괄식으로 얘기를 해보자면 먼저 좋은 동료들이 있고, 계속해서 진화하는 조직의 모습, 그리고 그 조직 안에서 성장하는 나의 모습이 너무 좋아서 지금도 일을 하고 있어요.
'좋은 동료'라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명료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요. 서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얘기하는지 파악하기 좋고, 다들 똑똑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에 있어 다들 스마트하다고 느껴요. 그간 제가 경험한 조직에서는 ‘파레토 법칙’을 따라서 20%가 이끌어가고 80%는 드문드문하게 일하는 상황이 계속 되었는데 (일명 또라이 보존의 법칙이라고도 하죠) 그게 적용되지 않는 조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서로에게 배울 점도 많고, 서로의 성장 욕구를 자극하는 그런 것들이 너무 좋았고요.
조직이 계속 진화한다고 느낀 것은,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언제든지 수용하고 그 방향을 수정하기 때문이에요. 이 점이 좋았어요. 회고를 통해 잘못된 점을 진단하고, 개선도 빠르게 이루어지잖아요. 소령도 얘기했지만 ‘오늘 빠르게 결정하고, 다음날 더 좋은 방향 있으면 수정할 수 있다’와 같은 부분들이 저한테는 성장하는 조직의 모습으로 계속 비추어졌기 때문에 아직도 여기서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진화하는 조직 안에서 저도 안주할 수 없죠. 고만고만하게 성장했다가는 혼자 저 뒤에 있고 뒤쳐질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기분 좋은 불안감’이 스스로를 노력하게 만들었고 그 안에서 성장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리포트분들에 대한 고마움인데요. 힘들고 지치는 와중에도, 여러분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를 잘 수행해주신 덕분에 제가 항상 에너지를 받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1년 정도 됐는데 아직까지 스스로는 허둥지둥대고 있다 느끼지만, 그래도 앞으로 지치고 힘들 때 저한테 기대어 주세요. 항상 곁에 서있는 매니저가 되어서 여러분께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되게 좋아하는 말인데, “개발자 3명이면 울트론도 만든다”고 해요. 저와 함께하는 분들이 이제는 4명이니까 진짜 좋은 것들을 치열하게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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