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주식투자

대통령도 하는데 왜

by 영샘

오랜만에 친한 선후배끼리 한자리에 모였다. 모이고 보니 조합이 신선했다. 자영업자 약사, 직장인 약사, 국가직 공무원 약사, 지방직 공무원 약사. 각자 일하는 공간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요사이 뜨거워진 ‘주식’이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로 떠올랐다. 주식에 문외한인 나는 듣기만 했고 자영업자 약사와 국가직 공무원 약사가 열띤 토론을 벌일 때 직장인 약사가 말했다.


“그런데, 공무원은 주식 못 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순간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대화를 엿듣는 것 같은 옆 테이블 사람들까지 굳었다.


25화 주식창.jpg 출처 : 삼성증권 mPOP (2026.02.04.)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지역이 개발될지 정보를 얻어 땅을 산 공무원들이 지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특정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고위직 공무원 후보자가 사퇴 압박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원금을 보장할 수 없으니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인식도 있었다.


이런 내가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중고 신입이 되어 나보다 한참 어린 동기들과 신규 지방직 공무원 교육을 받을 때였다. 프로그램 중에 ‘금융 상식과 자산관리’ 과목이 있는 것도 놀라운 데, 강사가 투자의 원칙에 대해 강의하는 게 아닌가. 이 나이 되도록 못 알아듣는 용어가 많은 데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공무원한테 투자를 권해도 되나 반발심도 생겼다. 아마도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신규 공무원이 1호봉으로 첫 공직에 발을 디딜 때는 정말 월급이 적다. 오래전 국가직 공무원으로 첫 월급을 받았을 때, 나는 적금부터 시작했다. 누구도 나에게 이제 사회인이 되었으니 금융 상식을 갖고 자산을 잘 관리하라는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어떤 이의 권유로 가입해 본 펀드는 다음 달 바로 반토막이 나서 1회 차만 넣고 포기했다. 역시 이런 건 나와 맞지 않다고 고개를 흔들면서 나의 소심한 투자는 거기서 멈췄다. 그렇게 나는 요새 보기 힘든 주식 한 번 안 사본 어른이 되었다.


“공무원이 주식 투자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어. 지방직 공무원은 신규자 교육 때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원칙을 알려주기도 하더라고. 물론, 공무원이 직무 관련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은 절대 안 되지.”


「공무원 행동강령」 제12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하여 유가증권, 부동산 등과 관련된 재산상 거래 또는 투자를 할 수 없다. 나아가 타인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재산상 거래 또는 투자를 돕는 행위를 하는 것도 안 된다. 이는 공무원 전체에 해당하는 조항이고 4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에서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맞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오해 안 받으려고 ETF(상장지수 펀드)해요. 그리고 회사 주식 말고도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종류가 뭐가 있냐면...”


그렇게 나는 후배에게서 금융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듣다 보니 같은 공무원인데 나와 다르게 이 친구는 금융 상식이 풍부했다. 그렇게 나는 신규자 교육 이후로 몇 년 만에 다시 이질감을 느꼈지만, 갑자기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을 시작할 것 같진 않다.

25회 주식 대통령.png 출처: 조선비즈 (2026.01.22. 자)


코스피 5000을 넘었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6000, 7500도 가능하다고 세상이 난리다. 이런 세상에서는 오히려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낀다. 남들이 벼락부자가 될 때 찾아오는 상대적 박탈감을 ‘벼락거지’라고 한단다. 뒤늦게 남편도 무언가를 샀다고 한다. 그런 거 사본 적 없는 공무원이라서 난 못 하겠다고 하니 남편이 말했다.

“대통령도 하는데 자기가 못할 건 뭐야?”


* 참고로 대통령이 산 주식은 ETF로 지수에 대한 간접 투자 상품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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