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출장점검
공무원의 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점검과 점검이 아닌 것들. 후자에 속한 교육, 회의 등은 전자와 비교한다면 그나마 홀가분한 편이다. 하지만 점검을 위한 출장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봐야 알 수 있으니, 출장자도 부담스럽다. 인허가를 위한 요건을 충족하였음을 빨리 확인받고 싶은 업소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공무원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무원도 부담스럽고, 업소 측도 싫어하는 점검을 굳이 해야 하는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는, 특정 업소에 대한 민원인의 신고가 있어서 그 진위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 불시에 방문하며, 상황에 따라 여러 번 갈 수도 있다. 무허가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업소가 있다거나 약국 위생 상태를 확인하라는 민원을 예로 들 수 있다. 민원의 내용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초긴장 상태로 점검하게 된다.
어떤 민원인은, 공무원이 막강한 힘으로 자신이 신고한 업소를 탈탈 털어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1년이 지난 시점의 CCTV를 확보하면 자기 말이 맞을 거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압수수색 수준의 현장 점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무원은 그저 감시원의 신분으로, 경찰 또는 검찰과 같은 수사권이 없다. 영장이 없기에 영화처럼 닫힌 문을 강제로 뜯고 들어갈 수 없고, 경찰의 협조 없이는 CCTV를 강제로 볼 권한도 없다. 그렇다고 조사를 거부하면 절대 안 된다. 거부 시 조사 불응으로 공무원이 경찰서에 고발 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특정 이슈에 대해 다수 업소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이다. 이럴 때는 몇 개 업소를 점검했는지 업무를 지시한 부서나 기관에 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개수가 정해질 때도 있고, 기준에 따라 선정된 대상업소 목록이 내려오기도 한다. 단순히 개수를 채워야 할 때는 어느 지역을 가면 좋을지, 이전 기획점검과는 겹치지 않는지 사전에 계획한다. 대상업소 목록이 나올 때는 이들이 왜 지목된 건지, 주어진 사유를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미리 살펴본다.
코로나19 초창기, 마스크와 손소독제 품절 대란이 있었을 때 나는 식약처에서 근무 중이었다. 당시 KF94 마스크는 장당 5천 원을 돌파했고 그마저도 온라인에만 겨우 팔려서 ‘금스크’로 불릴 정도였다. 전 국민이 귀한 마스크를 말려서 여러 날 동안 썼고, 없으면 천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 약국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도매상으로부터 마스크를 구하느라 애를 태웠고 소비자는 마스크를 찾아 거리를 헤맸다. 그 와중에 약국에서의 마스크 판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출장을 나가야만 했던 적이 있다. 게다가, 단기간 내 최대한 많은 지역을 가야 한다는 명목하에 2인 1조 원칙은 지켜질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 나간 날, 나는 어떤 약국에서 “당장 나가! 내가 뭐를 얼마에 팔든 무슨 상관이야!” 소리를 들었다. 정부에서 약사들 다 말려 죽인다는 억지에,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마스크는 어떤 수단으로 샀느냐는 의심까지. 나쁜 시기에 공무원이 방문한다는 사실이 그 약사에게는 불쾌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도, 그날의 출장은 최악의 점검으로 남아있다. 이날의 경험 덕분에, 점검 대상자가 조사에 비협조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다음 단계를 미리 구상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환영받지 못하는 출장 점검을 가야 하는 상황은, 국가직도 지방직 공무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냉철하면서도 다정하게 협조를 구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 이럴 때는 자신의 강점을 살린 나만의 노하우를 쌓는 수밖에 없다. 당신이 점검자라면 2인 1조 원칙을 반드시 지키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기를 권한다. 관련 규정을 미리 인쇄하고 업소에서 참고할 만한 안내문, 포스터를 가져가면 더욱 좋다. 실제로 나는, 점검이라는 말보다는 확인 또는 안내차 방문했다는 표현을 썼다. 가뜩이나 불청객인데 누가 나를 점검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반대로 당신이 점검 대상이라면, 갑작스럽더라도 찾아온 공무원의 이야기를 우선 잘 들어보기를 권한다. 조사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지 파악한 후에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 그저 실태 조사이거나 간단한 확인으로 끝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